앨범 정보

살아있는 거리

살아있는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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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영

앨범유형
정규앨범 , 인디 / 가요
발매일
2015.06.30
앨범소개
따뜻한 감성과 에너지 넘치는 목소리의 공존. 솔로프로젝트 밴드
'날자오뇽'의 '오은영'이 이제는 그녀 본래의 이름으로 활동을 시작한다.
'오은영' 정규 [살아있는 거리]

이번 앨범을 짧게 소개해본다면 공통되는 몇 가지 단어들이 떠오른다. 자연스러움, 일상, 움직임, 그리고 그들의 우연한 나열 속에서의 소소한 발견들. 어쩌면 이 단어들은 이번 정규앨범에서 내가 담아내고 싶었던 미세한 감정들의 줄임 말들 일 것이다. 우리는 항상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소소한 무언가에 대한 발견들을 잊은 채 살아간다. 하지만 발걸음을 잠시 멈춰서 나와 내 주변에 여전히 자리하고 있는 그 어떤 것들을 조용히 들여 다 보았을 때, 그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살아 움직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처음엔 이러한 의미들을 표현해보고자 일상을 새롭게 조명한다는 뜻으로 '일상의 조명'이라는 메인타이틀을 떠올렸었다. 하지만 이 메인타이틀의 간결함이, 왠지 포장되지 않은 자연스러운 일상의 모습을, 그 모습 그대로를 돌봐주고 있기 보다는 일상이 새로울 수 있다는 상투적인 주장아래 하나의 연구 대상처럼 세상을 대하고 있다는 느낌을 우연히 받게 되었다. 나는 좀 더 나와 나의 삶 속에서 마주치는 모든 순간들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간다는 것이 무엇일까를 고민했다. 그리고 그것은 어쩌면 내가 바라보는 그들이 살아있다는 것을 느꼈을 때, 비로써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내가 어느 순간이고 그들이 살아 있다고 느낄 때, 그 거리는 살아있는 거리가 될 것이다.

1. "AM:8 (2015 New Recording)"
'날자오뇽'이 밴드의 이름으로 활동을 시작 했을 때, 처음 발표한 싱글 앨범의 타이틀곡이다. 그 당시에는 곡에서 박자의 변화가 심한 마디가 있었다. 어떻게 하면 한 호흡으로 부드럽게 녹음 할 수 있을까 고민을 하다가, 멤버들이 서로의 연주를 들어가며 한 번에 녹음하는 One take 녹음방식을 선택했다. 그때의 그 나름의 매력이 있었지만, 현재는 재 편곡하여 '날자오뇽' 솔로프로젝트로 활동할 당시 함께했던 밴드 멤버들과 다시 녹음하였다. 여전히 이 곡을 들었을 때, 아침햇살아래 하루를 맞이하는 싱그러움을 느껴 볼 수 있기를 바래본다.

2. "춤꽃 (2015 Remastering)"
이번 앨범에는 '날자오뇽'의 이름으로 발표된 곡들도 고스란히 함께 담겨져 있는데, 이 곡은 발표된 3번째 싱글 앨범 중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곡이다. 바람에 휘날려, 서로에게 잎이 되거나 꽃이 되어주는 아름다운 풍경을 그린 곡으로써, 어쿠스틱 기타와 담백한 보컬의 조화가 따뜻한 기운을 더해 준다.

3. "북촌로 12길 도착"
이번 앨범 [살아있는 거리]의 타이틀곡. 이따 금씩은 무언가에 지쳐있고 마음이 가라앉을 때가 있다. 그때 우연치 않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찾은 북촌로 12길. 그곳에 들어서는 순간 펼쳐지는 광경은 낯선듯하면서도 무언가 모르게 편안했었다. 그 동안 많이 웃지 않았었던 나의 얼굴에 미소를 만들어 주었고, 조금쯤 지쳐가던 나의 삶에 다시 생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그래서 그곳은 지금 나에게 특별한 길이 되어있다. 그때의 그 기운 탓 인지, 그에 맞는 차분한 멜로디와 분위기는, 곡 안에 고스란히 담겨진 듯하다. 어찌 보면 이 가사가 전달하는 오묘함은 누군가 에게는 남녀 간의 사랑 이야기로도 들릴 수 있을 것 같다. 이와 같은 이야기는 이번 뮤직비디오를 통해서도 만나 볼 수 있다. 그리고 피아노에는 '장미여관', '노브레인', '언니네 이발관', '와이낫' 등 실력파 밴드에서 오랜 활동을 해왔던, 현재 '마이마이' 밴드의 피아니스트 '유지훈'씨가 함께 참여했다.

4. "찰나 (2015 Remastering)"
순간이라는 아주 짧음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 곡이다. 많은 노래에서 흔히 쓰이는 단어가 아닐 수 있지만, 어느덧 스쳐 지나가는 미세한 감정에 대한 아쉬움을 담아내기엔 '찰나'라는 단어가 왠지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우리가 삶 속에서 행복하다고 기억되는 순간들은 그 어느 순간보다도 빠르게 스쳐 지나치는 것만 같은 아쉬움 때문에 더 소중할지도, 더 강렬할지도 모르겠다.

5. "내게 전화해"
가장 친한 친구를 떠올리며 쓴 곡이다. 누구든 친한 친구를 떠올렸을 때 그 친구와 나는 특별한 사이이기를 하는 기대감을 가졌던 때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쁜 일이 있을 때나, 슬픈 일이 있을 때도 함께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삶은 풍요로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친구가 생각난다면 지금 함께 떠올리며 들어봐도 정말 좋을 곡이다. 코러스에는 그 감정이 잘 이끌어 질 수 있도록 친구인 '김자영(한켬이)'가 많은 도움을 주었다.

6. "Smile Life (Disco Ver.) (2015 Remastering)"
언제 들어도 기분이 좋아지는 곡이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우리가 마음먹기에 따라 세상은 달라 질 수 있다는 말처럼, 우리의 삶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 지금의 모습이 조금 더 여유롭고 행복해 지지 않을까 하는 바람에서 나온 곡이다. 전반적으로 쉽고 경쾌한 멜로디와 리듬은, 듣는 이의 마음을 밝고 시원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 생각한다.

7. "오지아저씨네 (2015 Remastering)"
'날자오뇽'의 3번째 싱글 앨범에 수록된 타이틀곡으로서 제목 그대로 오지라는 장소에 계시는 한 아저씨를 보고 만들어진 곡이다. 오지라는 장소는 카페 겸 바(bar)인데, 그만의 분위기와 매력을 갖고 있는 곳이었다. 당시 함께 참여한 연주자들도 이곳을 알고 있어서인지, 편곡도 아주 자연스럽게 진행 되었던 것 같다. 건반, 기타, 드럼, 베이스와 같은 기본 밴드 구성 이외에도 퍼커션, 색소폰 등을 가미한 부분이 곡의 완성도를 높였다.

8. "놀자"
이번 앨범이 전체적으로 갖고 있는 자연스러움, 일상, 움직임과 같은 역동적이고 추상적인 단어들 이외에도, 공감, 위로, 희망이라는 감정적이고 울림이 있는 단어들을 떠올리며 작업한 곡이다. 마냥 흥분된 파티의 화려한 분위기속 '놀자'라기 보다, 편안히 가사를 들으며 흥을 느낄 수 있는 어쿠스틱 팝 성향의 곡이다. 곡의 전반을 알리는 연주의 합이 이 곡의 신나는 분위기를 더해 주며, 곡을 듣고 있는 동안 우리의 내일을, 그리고 지나간 어제를 떠올리며 살아있는 거리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9. "찰나 (Guitar Ver.)"
앞서 들려준 피아노와 기타 보컬 버전의 강렬한 느낌과는 달리, 피아노를 제외한 기타와 보컬만의 조화로 조금 더 깔끔하고 세련된 편곡으로 구성했다. 곡의 특성상 하나로 이어지는 흐름이 중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에, 보컬과 기타는 모두 그 흐름을 잃지 않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단 시간에 녹음 하였다. 이번 앨범에 마지막을 장식 함으로서 모든 곡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살아 움직였음을 한 번 더 느끼게 해주는 피날레를 장식하는 곡이다.

뮤지션 '오은영'을 처음 알았던 것은 몇 해 되지 않았지만, 그녀에 대한 첫인상은 너무도 분명했다. 솔직하고, 꾸밈없고, 뭔가 모르게 신뢰가 가는 친구였다. 그것은 아마도 그녀가 근본적으로 맑은 생각과 마음가짐을 갖고 있음을 내가 읽어 낸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녀의 노래도 역시나 그녀를 닮았었다. 그래서 그녀의 노래가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그녀는 '오은영' 자신이라고 대답했던 것이 기억난다. 아마도 더 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스스로에 대한 음악적 믿음을 얘기하는 듯 해 보였다. 그녀는 자신이 경험하고 느끼고 있는 매 순간의 소소한 감정들을 채집하여 마음속 유리병 안에 담아두고는 그 유리병 안의 세상을 우리에게 음악으로서 전달하고자 한다.

어쩌면 그 유리병 안에 담겨있는 세상 역시 일반적인 시선에선 우리가 지금까지 알아왔던 세상의 모습으로부터 많이 다르지는 않을 수 있지만, 그녀의 노래가 평범한 일상의 모습들에 대한 단순한 재현이라고만 말할 수 없는 것은, 그녀가 우리에게 뮤지션으로서 노래만을 부르는 이가 아닌, 자신의 일기로서 고백을 하고 있는 우리들 중 누군가의 모습으로서 다가오기 때문일 것이다. 고백이란 실로 놀라운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우리가 언제나 지나쳐 왔던 평범한 것들에 의미를 부여하게 한다.

그리고 그 평범한 것들에 의미가 부여 되었을 때, 언제고 아무런 감흥 없이 지나쳐 왔던 거리의 모습은 비로써 우리에게 살아있는 거리가 된다. '김춘수'의 [꽃]에서처럼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 다가와 꽃이 되었다." 어쩌면 우리가 음악이라는 예술 장르에서 가장 밑바탕에 기대하고 있는 것은 능숙한 연주 실력이나 혁신적인 곡 구성능력 이전에 우리의 삶이 위로 받을 수 있는 작은 울림, 섬세한 감동일 것이다.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 언제나 우리는 생각한다. 하지만 언제나 똑같은 것을 보고 매일 같은 감정으로 살아가고 있기에 우리는 우리가 존재한다는 것, 그리고 우리의 두 눈 안에 들어오는 세상이 살아있다는 것조차도 잊은 채 살아간다. 그것이 과연 우리가 살아있는 인생을 살아가는 것일까? 나는 생각하고 그러므로 존재한다고 하지만 그 이전에 무엇을 진심으로 느낄 수 있을 것인지가 그 이후의 생각하고 존재하는 과정들을 '진정으로 생각하고, 진정으로 존재하는 것'이 되게 한다. 그렇기에 '오은영'과 같은 뮤지션의 음악에 담긴 진심은 우리에게 예술만이 가질 수 있는 그 특별한 가치에 있어서도 귀한 것일 것이다.

글 작가 남정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