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정보

온스테이지 274번째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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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

앨범유형
싱글/EP , 락 / 가요
발매일
2016.06.28
앨범소개
ONSTAGE. 웃픈 삶의 노래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은 웃긴다.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을 따라한 걸로 의심되지만 본인들은 우주를 구성하는 3원소인 '불나방', '별', '쏘세지'를 조합한 거라고 주장하는 밴드 이름부터, 가짜 콧수염을 붙이고 엄숙한 표정을 짓는 얼굴, 여자에게 인기를 얻고자 기타를 팔고 R&B를 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알앤비'로 대표되는 익살스러운 노랫말까지,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은 유쾌함 그 자체다. 하지만 한 꺼풀만 벗겨내면 또 다른 모습이 드러난다. 군중 속의 고독, 세상과의 타협, 무한경쟁 따위를 비꼬는 어둡고 슬픈 풍자가 있다. 웃기면서도 슬픈 우리네 삶의 노래, 그게 바로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의 본질인 것이다.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이 돌아왔다. 2010년 그들은 [석연치 않은 결말]이라는, 실로 석연치 않은 제목의 EP를 남기고 돌연 은퇴를 선언했다. 결성 5년 만이었다. 하지만 은퇴 이후 이들의 인기는 오히려 치솟았다. 1집 [고질적 신파]의 타이틀곡 '석봉아'가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에서 불려지면서 뒤늦게 대중적 히트를 했고, 은퇴 직전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출연해 부른 '알앤비'의 영상은 뒤늦게 레전드가 됐다. 이런 상황의 영향인지 2013년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은 은근슬쩍 컴백했다. 이 모든 것이 리더 조까를로스의 시나리오였다는 분석도 있지만, 그건 조까를로스만이 알 일이다.

컴백은 했지만, 신곡은 가뭄에 콩 나듯 나왔다. 2013년 녹색 감성의 에코 힐링 밴드 '불쏘클 더 그레이스'를 표방하며 발표한 디지털 싱글 [캠퍼스 포크송 대백과 사전], 2014년 붕가붕가레코드 컴필레이션 앨범 [믿거나 말거나] 수록곡 '다 가질 걸 그랬어', 2015년 초 인디 20주년 기념 앨범 수록곡 '고독사'까지 매년 한 곡씩 찔끔찔끔 내더니, 마침내 2015년 10월 무려 두 곡이나 담은 디지털 싱글 [뻘밭에서]를 발표한 것이다. 그리고 급기야 온스테이지 무대에 오르고야 말았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첫 곡 '처음 보는 여자'는 디지털 싱글 [뻘밭에서] 수록곡이다. 라틴 음악 뿌리에 펑크(Funk), 뽕짝, 판소리 등을 두루 섞은 뒤 신파와 야매의 기운을 곁들인 이른바 '얼터너티브 라틴 음악'을 표방했던 이들은 이제 포크를 거쳐 블루스로까지 외연을 넓힌다. 객원 멤버로 참여한 홍기(술탄 오브 더 디스코의 기타리스트)의 블루지한 기타와 도입부에서 상황극까지 펼치는 조까를로스의 능청스러우면서도 구슬픈 보컬이 듣는 이들의 가슴을 후벼 판다. 밴드 저 뒤에 앉은 '처음 보는 여자'의 당황스러운 몸짓(2분50초께 나온다)도 깨알 재미를 준다.

두 번째 곡은 [뻘밭에서]의 동명 타이틀곡이다. 뻘밭에서 뒤엉켜 싸우면서 한때 좋았었던 감정마저 더럽혀진 우리들, 우릴 여기까지 몰아넣은 구경꾼들의 새 신발에도 흙탕물을 튀겨보자고 노래하는 이 곡은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펑크(Funk)이지만, 흥겨운 선율에 담긴 가볍지 않은 메시지를 새삼 곱씹게 한다. 쓸쓸한 흑백 영상으로 담은 마지막 곡 '고독사'는 병기한 한자를 잘 봐야 한다. 고독한 죽음(孤獨死)이 아니라 고독의 말(孤獨詞)이다. "나는 당신을 모르고/ 당신은 나를 알 리 없잖아/ 근데 언제 봤다고/ 내 앞가림까지 궁금한 거야/ 나의 안부를 묻지 마오"라고 이들은 노래한다. 그렇다. 이들의 정체, 이들의 앞날을 굳이 궁금해할 필요 없다. 그저 듣고 웃고 눈물 짓고 털어버리고 하면 된다. 그게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 사용설명서이자, 우리네 삶 바로 그 자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