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정보

노래는 흐르고 사랑은 끝났고

노래는 흐르고 사랑은 끝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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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월의 안개

앨범유형
싱글/EP , 인디 / 가요
발매일
2017.01.16
앨범소개
일월의 안개 [노래는 흐르고 사랑은 끝났고]

일월의 안개의 집에 놀러 갔을 때 일이다. 우연히 책장에서 이수명 시인 시집을 꺼내 들었다. 시를 읽으며 비 오는 날과 안개의 음악은 닮은 구석이 있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흐른 후 싱글 [노래는 흐르고 사랑은 끝났고]의 앨범 소개 글을 부탁받았을 때, 불현 듯 그녀의 집에서 읽었던 시집이 떠올랐고, 책 말미에 적힌 신형철 문학평론가의 해설이 눈에 들어왔다. 

"순수하게 현행적인 대상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현행적인 모든 것은 잠재적인 이미지들로 이루어진 안개로 둘러싸여 있다."
(이수명, 언제나 너무 많은 비들, p129)

현행이라는 단어는 쉽게 말해 현재의 행동을 뜻한다. 이 노래에 빗대어 해석을 해보면 현행적인 것은 이별이라 말할 수 있고, 그 속에는 안개 같은 감정들이 잠재되어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별의 기억은 그녀에게 잠재되어 있다가 이 노래가 되었을 것이다.

본래 내 앨범 아트웍 및 뮤직비디오를 제작해 주었기에, 자신의 앨범 또한 그녀의 손을 거쳐 만들어졌다. 아이스크림이 녹아가는 과정은 마치 달콤했던 순간들이 흘러가 없어지는 모습을 떠오르게 했다. 뮤직비디오 촬영 후 아이스크림의 흔적을 찍은 앨범 자켓 사진은 노래 속 마지막 가사인 ‘기억은 흐르고 노래는 끝났고’를 연상시킨다.

발매까지 차곡차곡 진행되는 일련의 과정들은 길고 고되 보였다. 그만큼 오랫동안 이 노래는 대기 중에 머금고 있는 수증기처럼 비가 내리는 순간을 기다려왔을 것이다.

"비가 내린 후에는 기온이 내려가고, 내일 아침에는 안개가 짙겠습니다."
비가 오는 날에 흘러나오는 흔한 일기 예보처럼. 어제의 비가 이별이라면, 오늘의 안개는 이 노래가 아닐까 싶다.

글. 윤기타 (싱어송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