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정보

온스테이지 372번째 정밀아

온스테이지 372번째 정밀아

공유하기

정밀아

앨범유형
싱글/EP , 블루스/포크 / 가요
발매일
2018.01.16
앨범소개
ONSTAGE. 착한 노래의 힘

http://music.naver.com/onStage/onStageReview.nhn?articleId=7921&menu=onStageReview

노래보다 먼저 마음이 있었을 것이다. 착한 마음이 있었을 것이다. 착하다는 건 가격이 싸거나 외모가 빼어날 때 갖다 붙이는 말이 아니다. 착한 마음은 자신만큼 다른 존재가 보이는 마음이다. 그 존재를 함부로 하지 못하는 마음이다. 그 존재를 외면하지 못하는 마음이다. 내가 좋을 때에도 아픈 다른 존재가 보이는 마음, 그가 감당해야 할 수고로움과 고통을 무심히 넘기지 못하는 마음이다. 그래서 다른 존재에게 눈을 맞추고, 그들 곁에 쭈그리고 앉아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마음이다. 할 수 있는 일이 없더라도 쉽게 떠날 수 없는 마음. 그러다 해 넘어가고 차 떠나도 암시랑토 않은 마음. 포크 음악은 그 마음에서 싹튼 음악이다. 돈, 권력, 학벌, 외모 중 하나도 가지지 못한 채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의 평범함을 소중히 하는 착한 마음에서 움튼 음악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그리 해왔던 음악이 오늘은 포크 싱어송라이터 정밀아에게 와서 닿았다. 보라, 이 들꽃 같은 노래를. 뽐낼 줄 모르고, 꾸밀 줄도 모른 채 제 홀로 아무렇지 않게 핀 노래. 부러 기획해서 만들어내지 않은 노래. 그러나 한결같이 착한 노래. 그 선함을 채우기 위해 만들어낸 고운 음악언어와 선함으로 돌파하는 노래의 힘을.

정밀아를 먼저 알린 노래 '꽃'에는 정밀아의 음악을 관통하는 마음이 잘 담겨있다. 단지 나태주의 시일뿐이라고 말하지 말자. 나태주의 시는 정밀아에게 와서야 비로소 노래가 되었다. 예쁘지 않고, 잘나지 않아도 그저 너이기 때문에 소중한 마음은 정밀아를 만나지 못했다면 노래가 되지 못했다. 담담하지만 애틋한 마음은 강한 사운드를 터트릴 필요가 없고, 고음을 자랑할 이유도 없다. 아무렇지 않은 평범함에 깃든 소중함을 무심하게 고백하는 노래는 무엇보다 그 무심함에 담긴 마음의 깊이를 안다. 새롭고 빠르고 화려한 유행과는 선을 그은 어법은 고마움과 사랑스러움, 소중함이 한때의 것이 아니며 유별나거나 순간적으로 타오를 수 있는 마음이 아님을 안다. 그저 그 자체로 좋고 아름답다 말할 수 있는 관계에는 과장도 허식도 필요하지 않다. 그래서 정밀아는 그 고백의 진실함을 담백하게 재현하는데 집중한다. 피아노 연주만을 배경으로 노래하기 이전에 완성된 노래는 청아한 멜로디와 숨소리 같은 리듬으로 내밀한 고백을 재현하면서 끝끝내 일상 언어의 담백함을 놓치지 않는다. 이 섬세한 완급 조절과 보편성은 전적으로 정밀아의 미덕이며 정밀아의 능력이다.

다른 곡에서도 정밀아의 음악에 담긴 선한 마음과 보편성이 잘 드러난다. 정규 2집 [은하수]의 타이틀곡 가운데 하나인 '별'은 삶이 끝나더라도 나쁘지 않다고, 그 후에도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녀는 이렇게 끝내 희망을 노래하는 쪽이다. 그리고 또 다른 곡 '봄빛'은 "좁고 낮은 곳의 사람들" 그들에게 "공평하게 쏟아지는 이 봄빛을 빼앗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오늘의 세상에 비춰진 노래는 어떤 이야기를 하려는지 충분히 알 수 있을 만큼 선명한 은유와 분노가 빛난다. 그러나 정밀아는 그 분노마저 마구 터뜨리지 않고 다정하게 호소한다. 누가 들어도 알 수 있는 이야기, 누가 들어도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노래하는 정밀아는 누구도 다치지 않을 따뜻한 노래를 들려준다. 숨 막힐 정도의 몰입과 분출 대신 다정하고 편안한 톤으로 편안하게 노래하는 정밀아의 노래는 자연스러운 멜로디와 리듬으로 완성된다. 자신의 목소리에 담긴 마음을 정직하게 외화 한 음악언어는 간결하고 소박한 아름다움으로 드물다. 피아노 연주를 비롯해 재즈 뮤지션들의 섬세한 연주 조합은 그 아름다움에 분명한 차이를 불어넣으며 포크 음악에 대한 통념을 무너뜨린다. 특히 이번 음반에서는 좀 더 다채로운 어법을 활용해 듣는 재미를 배가시키고 있다. 그러니 온스테이지 영상에 매료되었다면 꼭 음반을 이어서 들어보기를. 지금 정밀아를 주목해야 하고, 오늘 한국의 새로운 포크 음악에 귀 기울여야 할 이유를 정밀아는 스스로 증명하고 있다. 세상이 이 노래 같으면 얼마나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