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정보

바다로 가자

바다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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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인

앨범유형
싱글/EP , 인디 / 가요
발매일
2018.04.19
앨범소개
부유하듯 흔들리는 목소리
포크 싱어송라이터 최수인의 데뷔 싱글 '바다로 가자'

그의 목소리에선 기쁨과 서글픔, 따듯함과 쓸쓸함, 아름다움과 아련함이 두서 없이 묻어난다. 푸른 파도가 잔잔히 밀려오는 백사장의 이미지가 선명하게 떠오르는 것 같다가도, 이내 옅은 회색으로 물들며 한없이 밀려나 흐릿해진다. 앳됨과 수줍음이 채 가시지 않은 목소리지만, 오래된 한국의 포크 음악들이 드문드문 떠오르기도 한다. '바다로 가자'는 최수인의 첫 번째 싱글이다.

최수인은 포크 싱어송라이터로서, 어쿠스틱 뮤지션들의 아지트인 카페 언플러그드에서 2014년 발매한 컴필레이션 앨범 [Between The Cafes Vol.4 - Once In A Blue Moon]에 자신의 곡 '가을노래'를 실으며 활동을 시작했다. 싱어송라이터 문영석과 '사랑을 말하지 말아요'를 함께 부르는 등 조용히 자신 만의 노래를 불러오던 그가 공식적인 데뷔를 알리게 된 것은 2018년 봄, 제주에 다녀온 지 꼭 1년 만의 일이다.

'바다로 가자'는 최수인이 자신에게 "찬란함과 그리움으로 남아있는 제주의 바다"를 그리며 쓴 곡이다. 목소리와 나일론 기타에 이따금씩 피아노와 클라리넷이 얹힐 뿐인 단출한 구성이지만 악기와 악기 사이의 공백에는 기쁨부터 슬픔까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수많은 감정들이 빼곡하게 들어앉아 있다. 소매를 잡아 이끌며 바다로 가자 보채는 것 같기도, 때로는 멀리서 부르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2017년 5월 한 달 동안 그가 제주에서 보고 들은 것들이 1년의 시차를 건너 떠밀려온다. 그의 음악은 마치 풍경을 보는 듯 선명하며, 자연의 일부이다.

싱글이지만 듣는 사람들에겐 하나의 작은 작품집처럼 느껴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담아, 최수인은 '바다로 가자' 앞에 한 트랙을 덧붙였다. '그리 멀지 않은 봄 언젠가'는 자신이 직접 쓴 글의 낭독이다. 평소에도 자잘한 글을 쓰기 좋아하는 그의, 연주 없이 오로지 목소리만 채워진 낭독은 차분하면서도 아련한 느낌을 준다. 싱글에 수록된 두 트랙, '그리 멀지 않은 봄 언젠가'와 '바다로 가자'가 연달아 자아내는 감정에는 ‘바다로 가자’만을 들을 때와는 또 다른 애틋함이 있다.

최수인은 '바다로 가자'의 발매를 기념해 인천 부평에 위치한 북극서점에서 작은 쇼케이스를 연다. 서울에서 쇼케이스를 열 수도 있었으나 자신이 나고 자란 인천에서, 또 자신의 음악과 닮은 작고 아늑한 공간에서 가장 먼저 연주를 들려주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네이버 뮤지션리그의 스튜디오 지원 프로그램 '2018 오픈 스튜디오'로부터 지원을 받아 낼 수 있게 된 다음 싱글도 차곡차곡 준비중이다.

다음은 '바다를 가자'에 대한 라이너 노트. 지난했던 첫 작업에 마침표를 찍으며 최수인이 스스로 썼다.

[liner note]

가장 아름다운 곳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절을 보냈다.

사방에서 빛이 모여드는 5월, 한 달간 제주에 머물렀다. 그 한 달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나의 가장 아름다운 시절이다. '바다로 가자'는 그 시절의 한 부분이다.

나는 오랜 시간 빼곡히 쌓여 돌아가는 세상 속 틈새에 억지로 나를 끼워 넣어왔다. 결국 그 속도를 못 이겨 튕겨져 나왔다. 삶 속에 갇혀 살다 보니 매일 달라지는 나의 하루를 인지하지 못하고 스스로를 바꿔야만 한다는 강박에 살았다. 결국 그 삶을 견디지 못해 도망치듯 제주로 떠났다.

그렇게 도망쳐 도착한 5월의 제주에서 한 것이라곤 오로지 '감상' 뿐이었다. 음악을 듣고 책을 읽고 하늘과 바다, 숲을 보며 깊은 감상에 빠져들었다. 특히 바다에서 오랜 시간을 머물렀다. 나는 매일 달라지는 하늘빛에 물들어 매일 달라지는 바다의 색을 보는 것을 좋아했다. 하루를 넘기기에 급급했던 삶이 주위에 펼쳐진 모든 것들로 인해 온전히 나로 살 수 있게 되면서 소박한 행복을 느꼈다. 자연과 그 자연을 벗 삼아 사는 사람들의 눈빛이 나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고 그 과정 속에서 나는 위로를 받았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제주를 마음에 담아내기에 충분했다.

짧은 섬 생활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바다로 가자'라는 곡을 쓰면서, 나에게 찬란함과 그리움으로 남아있는 제주의 바다를 그려보았다. 그곳에서 마주한 자연과 소중한 인연들, 사랑하는 사람과의 다신 오지 않을 애틋한 추억 같은 것들을 생각하며 가장 아름다운 곳에서 보고 느낀 가장 아름다운 시절의 한 부분을 담고자 했다.

다시 따듯한 봄이 돌아왔다. 나처럼 삶에 지친 또 다른 누군가에게 이 노래가 작은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내가 받았던 위로를 나누어주고 싶다. 이 노래를 듣고 잠시나마 바다에 다녀온 것 같은, 혹은 모든 것을 뿌리치고 바다로 떠나고 싶은 마음이 생길 수 있다면 그때서야 나의 할 일이 모두 끝이 난 게 아닐까 싶다.

[credits]

Music produced by 최수인
Song by 최수인
Lyrics by 최수인
Arrangement by 최수인
A.Guitar by 최수인
Piano by 김정인
Clarinet by 박기훈
Vocal directed by 최은혜
Vocal Recorded by 정소리 @JSoundLAB
Clarinet Recorded by 곽동준 @Ark Studio
Mixed by 최수인, 신종섭
Mastered by 신종섭
Photo by 박현
Cover design by 최수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