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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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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f.T (로프티)

앨범유형
싱글/EP , 인디 / 가요
발매일
2018.11.26
앨범소개
Lof.T (로프티) [일기]

살아감에 큰 영향을 주는 어떤 순간이 있다.

누군가의 첫사랑, 감명 깊게 본 영화, 책, 내 얘기를 풀어 놓은 것 같음 음악들, 혹은 스쳐가며 들었던 어떤 이의 한마디 말.

어쩐지 내 삶에도 영화 속의 필터가 잘 어울릴 것 같은 기분이 들던 날들.

그런 순간들은 시간이 지나고 먼지가 켜켜이 쌓인 뒤의 어느 날 불쑥 꺼내 들어봐도 그 언젠가의 맛이 제법 실감이 난다. 

첫사랑에게 말을 건네던 나는 왜 그리 수줍었을까..

무엇이 그리 어렵고, 두렵고, 떨리며 설레었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사실은 그리 별일도 아니었던 것 같은데.

책상 위에 선물 하나 두는 일이 그리 콩닥거릴 일이 아니었을 텐데 하며 지난날의 내가 참 귀엽기도 하다.

자라난다고 생각했다.

지난날의 나는 어렸고 지금의 나는 자랐으니 그날들의 내가 풋내가 나는 것도 같고 또 순수했던 것도 같고.

어리고 서툴던 그때의 나에 비해 지금의 나는 모든 순간들에 더 의연할 것도 같고.

한순간 반짝하는 마음보다 중요한 것들도 더러 있다는 걸 이젠 알 것 같기도 하고.

하나 가만히 생각해보면 새로이 생겨나는 온갖 생경한 순간들에 나는 여전히 발을 동동 구른다.

첫 출근이 그랬고 처음 타보는 비행기가 그랬으며 익숙하지 않은 골목골목들이 참 예쁘고 설렜다.

그리고 그런 순간들은 지금 이 글처럼 일기가 되고, 지난날의 내가 되며 풋풋해지곤 한다.

어른이 된다는 말을 잘못 이해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자란다는 건 더 많은 것을 알게 된다기 보다 익숙한 일들이 많아진다는 얘기에 더 가까운 건 아닐지..

여전히 갖고 싶은 것도, 알고 싶은 것도 많은 나는 갖지 못한 것, 익숙치 못한 일들 앞에서 어른이 되지 못한 커다란 아이가 되곤 한다.

모든 날들이 좋기만 하진 않았을 테지만, 지나고 나니 귀엽고 그리운 날들이 여기 일기장 안에 있다.

그러니.

지나고 나면 그리워질 오늘이 다소 좋진 못하더라도 조금 더 오늘을 귀여워라 하며 기꺼이 발을 동동 구르는 일.

‘그래 그때는 그리 풋내가 났었지’라며 거만을 떨 훗날의 나를 빌려와 여기, 설익은 지금의 나를 조금 달래 주는 일.

낯선 불안과 설렘을 지나고 건너 익숙해진 어른이 될 나를 기대하며 묵묵히 걷는 일.

그래 난, 그렇게 살기로 하자. 

2018년 11월 16일
글_Lof.T(로프티)

[Credit]
Words and Music By Lof.T (Http://www.instagram.com/bak_vc)
M/V Directed By Lof.T, 서모니카(http://www.instagram.com/iam.momo)
Styling By Lof.T, 서모니카
Cover Designed By 서모니카
Arranged By LilFish (http://www.instagram.com/Lill_fish)
Produced By LilFish
Executive Produced By TCA Entertainment
Recorded By Mansion106 Studio
Mixed By 황성수 (http://www.instagram.com/Phatty.H)
Mastered By 강승희 ((http://www.instagram.com/Sonickorea)
Calligraphy by 유솜이(http://www.instagram.com/yoosom_call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