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정보

살아지더라

살아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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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지수

앨범유형
싱글/EP , 인디 / 가요
발매일
2023.01.06
앨범소개
[류지수 ‘살아지더라’ 라이너 노트.]

오랜만이야. 모든 게 여전하네.

창작자들에게는 길건 짧건 침묵의 시간이 필요하다. 사람들은 그것을 휴식이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새로운 노래를 발표하지 않는 시간 동안 뮤지션이 정말 온전하게 쉬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여러 무대를 바쁘게 오갈 때보다 더 치열하고 위태로운 시간이기도 할 것이다. 소리를 찾고 이야기를 벼르는 일은 외로운 내적 투쟁인 경우가 많으니 말이다.

류지수는 데뷔 이후로 거의 쉬지 않고 꾸준히 새뜻한 시도를 통해 자기의 소리를 만들어왔다. 그런 그가 1년 간 노래를 내지 않고 있다가 이윽고 새 노래를 부르기로 했을 때의 다짐을 짐작해본다. 이것은 “또 한 걸음 내딛”는 용기에 관한 이야기다. [살아지더라]를 통해 우리는 침묵의 시간을 나오는 한 사람의 순간을 투명하게 볼 수 있다. “못내 다시 뜨는 어두운 아침”이 두려워 “깨지 않길 기도”하던 순간으로부터, 비로소 스스로를 “나의 의미”로 받아들이고 “내일로” 갈 수 있는 때까지.

류지수는 이 이야기를 덤덤하고 다소 체념적인 투로 말하면서도 애틋하게 부른다. 슬프다거나, 괴롭다거나, 아프다거나, 세상의 말들은 많지만 대개 언어는 감정보다 평면적이다. 싱어송라이터로서 류지수는 가사와 곡 구성, 가창이라는 도구들을 활용해 이 감정의 복합성을 드러낸다. 어쩔 수 없다는 듯 현실을 서술하면서도 애처로운 리듬을 따라가는 목소리엔 미련이 묻어나는 것이다. 이렇듯 만들어진 노래의 입체성은 침묵의 시간이라는 것이, 창작자들만의 것이 아닌 보편적 외로움과 잇닿아 있음을 확인시킨다.

따뜻한 날들이나 추웠던 날들이나, “그저 지난 밤의 신기루처럼” 두고 다시 길을 나서야 하는 가여운 우리들. 류지수의 노래가 주는 기시감이다. 그리고 작은 희망을 느낀다. 다시 나선 길도 꿈처럼 휘청거릴지언정, 삶은 계속된다는 당연한 사실을 받아들인 이들의 내일은 조금 다르지 않을까? “멈춰버린 듯한 새벽도 끝”이 난다는 걸 마음에 새긴 이들은 아무래도 좀 더 단단한 사람인 경우가 많으니까.

가끔 그런 신기한 일이 있다. 오랜만에 만난 누군가가 마치 어제 만났던 것처럼 여전하게 느껴지는 경험 말이다. 그러다가 이내 깨닫곤 한다. 내 삶이 그랬듯이 이 누군가의 삶도 계속 진행 중이었으리라고. 내가 그 소리를 듣지 못한 동안에도 그는 아름차게 오늘과 내일을 준비하며 살아왔을 것이라고. 하지만 조금 더 성숙한 사람이 되어 다시 만났더라도 우리는 여전히 인생이라는 습작을 쓰는 사람들이 아닐까. 만났다가 헤어지고, 아파했다 잊기도 하고. 류지수의 노래처럼 그렇게, 살아질 것이다. 퍽 괜찮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CREDIT

작곡 : 류지수
작사 : 류지수
편곡 : 류지수

피아노 : 오화평, 류지수
스트링 : 한아영
노래 : 류지수
코러스 : 류지수

믹싱 : 김준상 @Dream Factory
마스터링 : Miles Showell @Abbey Road Studios

Album Artwork : 개옹 gae0ng

라이너노트 : 윤시일

PUBLISHED BY BISCUIT SOU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