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정보

Black Morning & White Night

Black Morning & White 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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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 (스테)

앨범유형
싱글/EP , 인디 / 가요
발매일
2023.06.16
앨범소개
어릴 때 동경해 왔던 것과 다르게 일반적인 삶이란, 언제나 어린 시절의 즐거움을 그리워하는 자아와 생활이란 명목의 피로로 점철된 현대인의 비애가 섞인 혼합물이다. 매일같이 비슷한 하루의 지루한 일과가 끝나면, 지친 몸을 이끌고 잠시 비슷한 여가를 보내고, 어느 새 비슷한 시간에 잠들어 다음 비슷한 날을 시작하는 것이 모두의 일상 아니던가. Black morning과 White night은 이런 일상 속에서 만들어진 곡들이다.

Black Morning은 생활을 이어나서기 위해 집을 나서 일터와 학교로 향하지만 지치고 낡아가는 마음을 담아내 강렬한 디스토션이 섞인 기타 사운드로 이끄는 곡이다. 스테 본인이 직접 제작한 뮤직비디오에는 검은 배경 속 유일하게 남은 Ste의 모습을 통해 아침이라는 시간이 가지고 있는 기존의 이미지를 탈피하고, 검은 아침 끝없는 빌딩 바닷가라는 압제적 공간으로 스스로를 인도해야 하는 처지를 그리고 있다. 이런 반복적이고 피로한 삶을 모두 태우고, 짓밟고, 으깨고 싶은 현대인의 마음을 처절한 어휘로써 표현한다. 길을 잃은 듯 거울에서 나의 모습마저 더 이상 찾을 수 없고 무기력하게 자유를 갈망하지만 남은 것은 어쩌면 차가움도 타인의 마음도 느끼지 못하고 길들여진 삶에 대한 불감증 뿐일지도 모른다. 아주 조금 뿐이더라도 살아있다는 실감을 주는 저급하고 가벼운 희열들에 중독되어 움직이는 건 좀비가 된 마음의 남은 의지인 듯이.

White Night은 Black Morning의 반대급부로서 빌딩의 바다, 일상의 바벨탑을 빠져나와 퇴근한 이후의 저녁을 담아냈다. Black Morning에 비해 다채롭고 생기를 찾은 뮤직 비디오의 카메라 워킹과 밝은 조명, 한결 후련해진 곡의 톤은 밤이 되어서야 되찾은 개인의 삶을 보여준다. 관심을 잃어버린 매일의 삶, 의미를 잃고 관성만으로 움직이는 사람들 틈에 집에 돌아온 후의 시간. 잠들기 전 겨우 그 몇 시간에야 되돌아 볼 여유를 허락받는다. 지나간 즐겁던 시간들, 구매해 놓고 플레이조차 하지 못한 게임, 장비만 늘어가는 취미 따위를 바라보며 그 시간들을 함께 보낸 당신께 묻는다. 아마 너도 나처럼 모든 게 서툴지않느냐고, 다시금 검은 아침을 맞고 싶지 않은 마음은, 도망가고 싶은 마음은 똑같지않느냐고. 추억을, 아픔을 띄운 채로 그리움을 담아 외친다.

이번 싱글의 두 곡은 마치 음양의 태극같이 맞물리는 관계이다. 서로 대치되는 아침과 저녁, 검정과 흰색, 수동적 시간과 자의적인 시간과 같이 모든 것이 물고 물리며 반복하는 일상과 같은 것이다. 신랄해진 혀와 지친 마음을 추스르며 여전히 어린 자아와 기억 속에 스스럼 없이 즐거울 수 있던 그 시절을 기억하는 모두, 검은 아침과 흰 밤을 살아가는 같은 시간의 주민들이다.

글: 이제원


[Credit]

Produce: Ste
Compose: Ste
Lyrics: Ste
Vocal: Ste
All Instruments: Ste
Music Video: Ste, Jang Han
Mixing & Mastering: 김홍욱 @real music socie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