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정보

Javelin

Javel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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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fjan Stevens

앨범유형
정규앨범 , 팝 / POP
발매일
2023.10.06
앨범소개
최근 인디 포크 그리고 인디 팝의 표준을 정의 내린 금세기를 대표하는 아티스트, 수프얀 스티븐스(Sufjan Stevens)
다시금 팬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돌아온 수프얀 스티븐스의 깨질 듯 아름다운 세계관 [Javelin]

인디 음악의 한계 확장에 도전하고 있었던 수프얀 스티븐스가 다시금 [Carrie & Lowell] 풍의 싱어송라이터 모드로 돌아왔다.

신작 [Javelin]은 이따금씩 큰 프로덕션처럼 들리지만 정작 앨범의 대부분은 친구들과 자신의 집에서 녹음했다. 수프얀 스티븐스는 70년대 로스 앤젤레스 스튜디오의 풍요로운 분위기를 만들어내려 했다고 한다. 여러 친구들이 보컬 코러스로 참여한 것은 물론 과거부터 교류가 있었던 내셔널(The National)의 브라이스 데스너(Bryce Dessner)가 음반에서 어쿠스틱 기타와 일렉 기타를 연주하기도 했다.

[Javelin]은 다시금 스스로를 투영한 섬세한 자화상 같은 앨범이다. 보다 직접적으로 앨범의 분위기를 설명하고 있는 48페이지로 구성된 부클릿에는 수프얀 스티븐스이 직접 제작한 아트워크와 10편의 에세이가 수록되어 있다. 구체적이며 위트 있고 비극적이기도 한 에세이에는 수프얀 스티븐스 자신, 더 나아가 이번 앨범을 형성해온 여러 번의 사랑과 상실에 대해 면밀히 다뤄내고 있다.

처음으로 공개된 싱글 'So You Are Tired'는 기본적으로 정형화된 수프얀 스티븐스의 사운드다. 피아노 발라드로 시작해 부드러운 어쿠스틱 기타로 전환되고 그 중심에는 슬프고 조금은 지친 수프얀 스티븐스의 목소리가 깔린다. 무엇보다 수프얀 스티븐스의 친구들이 만들어내는 보컬 하모니가 곡이 전개될수록 압도적으로 지친 감정을 격렬하게 증폭해낸다.

두 번째 싱글 'Will Anybody Ever Love Me?' 또한 ""누군가가 나를 사랑해 줄 수 있을까?""라는 제목만큼 무조건적인 사랑을 간청하고 있다. 풍부한 백킹 코러스는 오히려 절망을 극대화하며 차분한 듯 흘러가지만 아픔과 강렬함 또한 감지되는 곡이다. 현기증 나는 콜라주 아트로 구성된 비디오 또한 곡과는 별개의 현기증을 제공한다.

앨범 시작부터 작별을 고하는 가사로 시작하는 'Goodbye Evergreen'은 깨끗하고 처연한 수프얀 스티븐스 특유의 발라드로 시작해 격렬한 코러스와 리듬으로 드라마를 전개해 나간다. 수프얀 스티븐스의 트레이드마크라 할 수 있는 벤조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A Running Start', 그리고 'Everything That Rises'에서도 화려한 목소리들의 레이어가 어떤 성스러운 분위기를 만들어내곤 한다. 'Genuflecting Ghost' 같은 트랙에서는 좀 더 차분한 분위기의 폴리포닉 스프리(The Polyphonic Spree)를 연상시키며 'My Red Little Fox' 특유의 극적인 부분들은 유수의 뮤지컬 삽입 곡들과도 겹쳐진다.

'Javelin (To Have And To Hold)'에서는 여전히 자신이 포크 기반의 아티스트임을 재차 증명해내고 있는듯 보이며, 브라이스 데스너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Shit Talk'의 경우 스피리추얼라이즈드(Spritualized)가 한창 오케스트라와 가스펠 트랙을 많이 만들었을 때의 분위기와도 겹쳐진다. 앨범은 수프얀 스티븐스의 뿌리라 할 수 있는 닐 영(Neil Young)의 1972년도 걸작 [Harvest]에 수록된 'There's a World'의 커버로 종결 짓는다. 닐 영의 버전보다는 담백하게 완수해냈다.

대체로 [Javelin]에 수록된 노래들은 모두 작은 규모로 시작하며, 이 작은 소리들은 수프얀 스티븐스의 고백의 호소이자 가장 친한 친구에게 보내는 초대장과도 같다. 언제나 양질의 멜로디를 써왔지만 특히나 풍부한 보컬 화음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방식에 있어서 이런 지점은 더욱 빛을 발한다. [Seven Swans]나 [Carrie & Lowell] 같은 앨범을 기다려왔던 이들에게 [Javelin]은 마치 예상하지 못한 선물처럼 느껴질 지도 모르겠다. 수프얀 스티븐스 스스로의 경력을 면밀히 관철하는 부드러우면서도 강렬한, 그리고 복합적이면서도 매력적인 결과물이 우리 앞에 도달했다.

[Javelin]은 수프얀 스티븐스의 다양한 세계관이 구석구석 침투해 들어가 있는 작품이며, 그의 감정선이 세부까지 그려져 있다. 이 시대 가장 매력적인 작가 수프얀 스티븐스라는 인간 자체를 엿볼 수 있게끔 유도해 내고 있는 앨범으로, 곡들은 대체로 차분하게 시작해 약간의 혼돈을 거쳐 다시금 질서를 구축하면서 상처와 희망의 정경을 교차시킨다. 무엇보다 모든 노래에는 차분하지만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아낼 것 같은 감정이 가득하다. 그러니까 당신이 가장 잘 아는 수프얀 스티븐스가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