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아 불어라

길 (리쌍) 2015.11.24 602
시간은 가고
모두 잊어버렸겠지
날 잊고 살겠지
죽지 못해 살아 간다는 게
썩 나쁘지는 않아

바람아 불어라 있는 힘껏
비처럼 꽃이 내리게
사랑한 님 조차도
절대로 날 찾지 못하게

숨을 고르고
또 한걸음 오르고
난 고갤 떨구네
주저 앉아 들꽃을 바라보는데
썩 나쁘지는 않아

혼자 걷는 게
사실 겁이나
난 두려워
술에 취해 웃네
울지 못해 더 크게
이게 나란 놈이야

바람아 불어라 있는 힘껏
비처럼 꽃이 내리게
사랑한 님 조차도
절대로 날 찾지 못하게

갈라진 입술로 휘파람을 부네
거친 파도를 편히
잠재울 수 있게 
점점 더 여리게

하늘을 그릴래
또 다시 달을 훔칠래
무거운 삶에 후회는 안 해
괜찮아 그것도 나야

바람아 불어라 있는 힘껏
비처럼 꽃이 내리게
사랑한 님조차도
절대로 날 찾지 못하게

어둠아 덤벼라 있는 힘껏
먹물로 몸에 새기게
흘러간 시간 속에
버려진 날 잊지 못하게
날 잊지 못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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