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

박형 2023.02.01 2
그대 떠난 길 지워지라고 눈 내린다
그대 돌아올 길 아주 지워져 버리라고
온밤 내 욕설처럼 눈이 내린다
온길도 갈 길도 없이 깊은 눈발 속으로
지워진 사랑
떠돌다 온 발자욱마다 하얗게 피가 맺혀서
이제는 기억조차 먼빛으로 발이 묶인다
내게로 오는 모든 길들이 문을 닫는다

귀를 막으면 종소리 같은 결별에 예감 한 잎
살아서 바라보지 못할 푸른 눈시울
살아서 지은 무덤 위에 내 이름 위에
아니 아니야 아프게 눈이 내린다
참았던 뉘우침처럼 눈이 내린다
이제는 기억조차 먼빛으로 발이 묶인다
내게로 오는 모든 길들이 문을 닫는다

그대 떠난 길 지워지라고 눈 내린다
그대 돌아올 길 아주 지워져 버리라고
사나흘 눈감고 젖은 눈이 내린다
젖은 눈이 내린다
젖은 눈이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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