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굴절

물 (Mool) 2023.10.26 8
오늘이 가면 내일이 오고
내일이 가면 모렌 오는데
아마 우리는 서로
볼 수 없는 낮과 밤인 거야 

너를 생각함 알 수 없고  
노을을 보면 닿을 수 없네  
무중력 지대 저 달빛을 따라
가면 알 수 있을까

못하는 건 절대 안 하려 한 탓에 
가진 재능을 우습게 여긴 탓에
나보다 남들에게 더 확신한 탓에
가진 거라곤 위선과 질투 밖에

당연한 걸 의심하지 않은 탓에
이미 일어난 진실을 외면한 탓에
내가 처한 현실을 부정한 탓에
괴로움과 괴리감이 부딪히네

시간은 점점 흘러가고
마음은 점점 무뎌지네
모래 한 줌에 미움을 쥐어도
아무런 힘이 없잖아 

나를 못 떠날 거라 자만한 탓에
내 것 아닌 다른 것을 넘 본 탓에
주젤 모르고 사람을 판단한 탓에
텅 빈 방안의 공허함 가득하네

원하지도 않은 선읠 베푼 탓에
모르면서 아는 척 경솔한 탓에
내 모습을 똑바로 보지 않은 탓에
오늘도 빈 수레가 너무 요란하네
여긴 너무 멀어 너무 멀어 먼저 가
발맞추면 벨트에서 떨어지잖아
여긴 너무 느려 너무 느려 먼저 가 
거북이는 육지에서 살 수 없잖아

여긴 너무 깊어 너무 깊어 올라가
올라가는 것만 보고 살아왔잖아
여긴 너무 길어 너무 길어 올라가
남들보다 늦어지면 작아지잖아  
    
오늘이 가면 내일이 오고
내일이 가면 모렌 오는데
아마 우리는 서로
볼 수 없는 낮과 밤인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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