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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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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적에 칠복이가 살았었는데
장가 못 간 한탄만을 하고 있었소
보다 못한 동리사람 얘기하기를
백일기도 치성하면 장가 간단다

이 말 들은 칠복이는 다음 날부터
새벽부터 밤중까지 기도했는데
구십구일 기도하고 백일 되던 날
흰 수염의 할아버지 나타나셨네

칠복이 네 이놈, 내 말 듣거라
밭 갈고 농사도 않고
네게 시집올 색시 있다더드냐
어서 가서 일을 하거라
그러면 예쁜 색시 얻게 되노라

무릎까지 바지 걷고 소를 몰면서
이랴 이랴 새벽부터 외쳐가면서
구슬땀과 비지땀을 뿌려가면서
몹쓸 땅을 비옥하게 일궈 갔단다

이런 소문 저런 소문 퍼져가면서
하나 둘씩 구경꾼이 모여들어서
손가락질 박장대소 떠들어대는데
그 속에는 곱단이도 끼어있었네

칠복인 거들떠 보지도 않고
황소같이 일만 하는데
모여있던 구경꾼 뿔뿔이 가고
곱단이만 남아있는데
둘의 눈이 마주쳤다네

깜짝 놀란 칠복이 큰 눈을 뜨고
선녀같은 곱단이를 쳐다보는데
곱단이도 부끄러워 얼굴 붉히고
말 못하고 눈 웃음만 지었다더라

칠복이놈 괭이자루 집어던지고
밭이랑을 둘씩 셋씩 뛰어 넘어서
곱단이의 손을 덥썩 잡고 나서는
할아버지 말씀대로 와 주셨구료

아, 칠복이 이젠 장가 갔구나
장가 못 가 한숨 쉬더니
논밭 갈아 부자되고 색실 얻으니
동리사람 부러워했던
이런 옛날 옛적 얘기 있었네

칠복이란 그 놈 정말 행복했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