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 정보

좋아하면 알게돼요

튤립 에세이 (좋아하면 알게돼요)

공유하기
정신없이 어두운 카페
낮은 테이블
자리가 부족하니 불편하더라도
합석을 해줬으면 한다는
카페 주인의 말
그리고 내 오른쪽 자리에
당신이 앉아 있었다.
어색한 공기 속에
실없는 농담이 오갔다.
작위적인 웃음 소리가 이명처럼
울리는 가운데 거품 빠진
맥주만이 실재하는 듯 했다.
그러나 당신이 맥주잔에 손을
가져가는 순간마다
또렷한 긴장감을 느꼈다.

윤기나는 입술과
좋은 톤의 목소리
당신의 웃음 소리가 들리고
고개를 돌리면 살짝 찡그린 미간
술에 취해버린 내가 당신에 대해
기억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것들이었다.
당신의 목소리가 다시
듣고 싶었고 웃는 표정이
다시 보고 싶었다.
손전화를 손에 쥐고
잠들었다가 벌떡 일어나
푸른 새벽 빛이 노랗게 물들어
오는 내내 당신을
생각한 적이 있었다.

선택의 여지없이 저장해 둔
당신의 번호로 연락했고
또다시 어색한 대화가 오갔다.
조심스럽게 묻고 물어 우리는
며칠 뒤 미술관에 가기로 했고
그 다음 날에는
영화를 보기로 했다.
대단한 대화를 나누지도
여러 번 만나지도 않았지만,

우리는 서로 이미
알고 있었던 것 같다.

Written by 홍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