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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ia

불모지대 (Feat. 일탈 & BANISHIT 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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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붉게 핀 절망을 품고
거듭 뿌옇게
마른기침을 연신 내뿜어대
긴 석양의 끝엔
모든 걸 다 쓸어낼
비가 기다릴지 신께
거듭해 되물었네
비조차 내리지 못해
메마른 눈물과
상처로 덮여 흉측한
얼굴을 한 모습을 봐
그 누군가가 무심하게
흩뿌려 놓은 듯한
하나 둘 피어나는
수북한 먼지 구름만
그 아래 융성하던
생명의 흔적은
자취를 감추고
땅 밑으로 다급히 숨더군
비옥한 녹음과
우수의 추억들은
움츠러든 과거로 바뀌고
두려움 안에 스며들지
태초에 초인이 이름을 짓듯
그 명명 안에 깃든
지배에 관한 거짓들
늦 석양이 비춘 바위 밑으로
솟아나 말라 비튼
이름 모를 풀잎을
어루만질 뿐

이 땅위에 그 무엇도 숨 못 쉬게
거룩하고 장엄한
소리로 읊조리네
불모지대 드넓고 황량한 길에
드리워진 역사가 쓰고 간
운명의 시대

잔해 더미에서 찾은 만화경
아이가 발견한 과거 속
아름다운 화면
남루한 옷을 걸친 애비는
천천히 들려주겠지 슬픈 얘기를
뭐 그런 시절도 있었다네
뜨겁던 거리 위 벌어지는
의로운 주먹다짐
상처가 나면 새 살이 돋았지
접붙여 가꾸던
역사를 꺾기 전까진
아마 그 때 그들이 원했던 건
새하얗게 표백된 전설
지나간 일들은 들추지 말자는
주장 속에 점차 비어갔던 광장
그 덕분에 맞이한 최후는 이제껏
네가 여기서 보고 배운 대로
궤도를 벗어난 작은 행성과의
충돌 하나 예측하지 못한 채로

수모와 좌절뿐이었던
허물을 벗고
그 모든 상흔들을 덮어
노래를 잃어버린 불모지대
도시의 흔적 위에
처량하게 울먹이네

한 인간이 가진 육체와 영혼
그 둘을 동시에
파괴하고자 한다면
희망을 주입해 한껏
들뜨게 한 다음에
한순간 모든 걸
빼앗아버리면 간단해
이 모범수는
자신의 가석방을 믿었지
애초에 가석방
얘기 따위는 없었지
그가 모든 정황에 대해
알게 됐을 때
그는 순간 굳어져
바위가 되어버렸네
십 수 년이 걸렸지
날개를 갖기까지
뒤늦게 알았지
하늘은 없었다는 사실
어떠한 감정도 새겨지기 전에
서둘러 굳어 버린
바위들이 긴 줄을 섰네
그림자가 걷힌
정오를 알리는 시계
한 장님만이 남아서
현실을 직시해
희망이 있기에
절망할 수 없음을
희망이 없다면
절망도 할 수 없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