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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소곡집 Op.1

음악가의 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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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그럴 때 있잖아요
내가 너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서
하찮게 느껴지잖아요
지금까지 걸어왔던
저 굽은 길도

밀물도 아니고 썰물도 아니고
수평선에서 밀려든
파도도 없는데
먼 바다가 가장 잔잔할 때에도
나는 이리저리
혼자 휩쓸려 밀려나네요
저 망망대해로

어째서 내게 머물러주나
너는 아름다운데
나와 함께 길도 없는 밤을
헤매어주나 너는
상처받으며 기꺼이
나의 시를 경청해주나

가끔 그럴 때 있잖아요
길을 잃고 너무 멀리
온 것만 같아서
두렵고 슬퍼지잖아요
이제 와서 돌아갈 순
없는 이유로

네 탓도 아니고 내 탓도 아닌데
밖에서 닥친 무엇이
우리를 가르고
속마음은 아주 반대라 하여도
서로 해선 안 될 말로
무심코 할퀴어 버리네
늘 후회하여도

어째서 나를 붙들어주나 너는
명예도 없고 저만치
쌓아올릴 부도
없는 내 길 가라 해주나 너는
등을 맞대며 기꺼이
밤을 함께 버티며

내게 머물러주나
너는 아름다운데
나와 함께 어지러운 삶을
견뎌 내주나 너는
시인의 연인
영원히 내 곁에, 음악가의 연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