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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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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철이 이제 초등학생 됐으니
앞으로 책가방 준비는
철이가 알아서 해 라고
엄만 말씀 하셨지

시간표는 세로로 보는거라고
세로가 뭔 줄 아냐고
작은 누나 말을 듣고 따라서
가로 세로의 개념도 배우고
월화수목금토일 손바닥 만한
메모지 예쁜 누나글씨와
자로 반듯하게
만들어준 시간표 대로
책을 가방에 넣고 잤던
등교 전날 밤을 기억해
괜한 설레임이 가득했던
잠시 눈을 감았다 뜨니
다음날 새 가방 또 엄마가
다려준 멜빵바지에 랜드로버 신발
우리 철이 다 컸네 작은누나와
손 꼭 붙잡고 차조심해라
뛰지 말고 천천히 잘 가라
아직은 어색한 새 친구들
정말로 커 보였던 녹색칠판
그리고 미끄러지듯
발로 타는 스케이트 마루바닥
그게 그렇게 재미있어
보였나 봐 뻘쭘함을
뒤로한 체 힘껏 뛴 다음
또 발로 샥 신기했지
학교는 이런곳이구나
또 뛰고 미끄러지고
혼자 신나서 씩 한번 웃고
뛰고 하하 난 또 달린다
그 순간 눈 앞에 뭔가 번쩍
또 번쩍 난 내동댕이 쳐진 듯
교실 벽 모서리에 털썩
볼이 따가워 웬 어른이
날 발로 막 밟고 차고
내 두 팔을 잡고 일으켜 세워
발을 걸어 던지고 패고서
그대로 앞으로 가더니
자기는 이반 담임이라 했지 그리곤
앞으로 교실에서 뛰는 사람들은
저길 보라고 정확하게
쟤가 우리 반 마루타 라고
후에 중학교 때
마루타 뜻을 알았는데
개 좆같은 년이 그게
초딩한테 쓸말인가 싶더라고

여튼 그 후에 친구와
똑같이 잘못해도 나만 줘패
어느날 교실 들어가기
겁내 하는 날 보곤 누나가
엄마에겐 말한 후론 신기하게
뭐 더 이상은 날 때리진 않더라고
어느 날 기철아 엄마
보험일 잘되시니? 라고 물어본 게
그 선생이 나에게 보여준 첫 웃음
고딩 졸업할 때 들었어
그때 그 선생한테 다달이
촌지 갖다 줬다고
뭐 그땐 그게 당연했던
관례같은거라며
엄마가 말하는데 고사리
같은 애들 패고 쪼아서
번 돈으로 집한채는 샀겠네

선생 자질 없던 쓰레기들
참 많았지 그땐 죽기 전에
제발 이 곡 좀 들었으면 좋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