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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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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형을 만나기 전엔
래퍼가 되고 싶었던 적 없어.
이 말 꺼내기가 쉽진
않았던 것 같아
군대 갈 날만 세며
한탄할 때 형이
너 전역하면 랩하자
말했던 밤.

그 순간 고민도 없이
결정했었어
내 꿈 따위보다도 형을
더 믿었었거든
그래서 그렇게 추하게 울었지
형이 남자의 책임감 아래
작업실방 뺄 때.

내게 꿈이던 형은 랩을
그만두게 됐지만
2년씩이나 지나
익숙해질 쯤 됐으니
맥주 한 캔씩. 바람
쐬러 뚝섬으로
그날 왠지 가을스런
바람도 좋았어

다리 밑에 앉은 우린
스무 살 같애
그때랑 농담 수준들은
다 똑같네
소방관이면 한강
헤엄쳐건너봐. 하니
미친놈. 하며 웃는
표정은 마치

모두 다 같이
갈 수 있을 거란
생각은 순진했다.
모두 나같이
생각하고 있을 거란
믿음은 달라졌어도

그냥 악수를 권해
누군간 악수를 뒀겠지
진짜 악수를 원해 내
기억을 닮은 그때,
우리 모습처럼

우린 물이
차오르는 것도 몰랐지
우리가 아직도 우린 걸
확인 해야 돼서.
굳이 말 않아도
안다는 것까지
배웠던 우리지만
느껴보긴 해야 했어.

형이 그 증거라는 듯이
내보인 신곡의
라임은 낡아도 그는
여전히 시를 썼지
내가 그토록 닮고 싶었던
형의 가사에서
아직 미래가 보여도
입을 닫아야 했어.

그때 누군가 눈치챘어.
우리 크루 이름
Awaken Toungues로
정했던 매점 테이블
우리 바로 맞은편에,
한강 다리 옆에
선명해져. 이름
정하려 했던 내기들

우린 잠깐 그때의
우리였는데
강 건너편이 기억들의
뿌릴 거두네.
아깐 헤엄쳐 건널 수
있냐던 한강이
더 짙어져 가로막힌
이 상황같이

모두 다 같이
갈 수 있을 거란
생각은 순진했다.
모두 나같이
생각하고 있을 거란
믿음은 달라졌어도

그냥 악수를 권해
누군간 악수를 뒀겠지
진짜 악수를 원해 내
기억을 닮은 그때,
우리 모습처럼

이만 가자는 형의 말 따라
엉덩이를 털어

더 먼 정류장을 골라가며
일부러 걸어

서운한 티 안 낸 걸 보면
나이는 먹었는데
우린 똑같아.
조금 더 멀리 걸었음해

우리들 얘긴,
끝내는 느낌조차 안 나
남겨진 얘길 쫓다가
도착한 정류장은
모두 같이 앉기에는
너무 좁았어
버스가 와. 형 조심히 들어가

힙합 악수를 하려던 내게 그때
형이 말쑥하게 내민
어른들의 악수는
형을 말뿐만 아닌
어른으로 바꾼듯해
민망한 손, 또 심란한 표정

형한테 보일까 봐 버스에 탔어
서운함이라기보단
두려운 내 감정
래퍼들과 했던 가짜
악수랑은 달랐잖아.
이제 누구랑 진짜
힙합 악수를 하란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