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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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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을 집어먹은 업햄.
전우들이 죽어나가는 장면
함께 소파에 앉아서 영화를
같이 보시던 내 아버지.
그때마다 화를 내듯이
내게 가르쳐
주시려 했던 것. 아들아
비겁할 바엔

맞서다 죽으라 말해.
빈 대답만 하니
아버지가 비겁하다던
꼴들의 반은 나지
난 Hi-Light을 디스 했고,
그게 내 이름 위에도
피 묻게 했던 건
멀쩡한척해도 다들 알지

그때 테이크 원은 컴백홈
내가 갖지 못한 모습을
탐해 혹했어
이름값 올려보려던 마음
하나 없다 말하면
난 비참하게 당신의 망신이 돼.
이제야 알어

사대주의. 그건
얄팍했었던 내 구실
인정은 받기보다 하기
더 어려웠어.
구실로 끝내 버릴 수
없어서 날세우니
나마저도 찔러 벨 수
있기만 기도한다.

지금도 돌려 말해.
또 돌려 말해.
모두의 사랑을 받는 존재가
너흴 속였단 게
받아들여질 리 없단 걸 배워서
돌려 말했지만
이제 난 나를 정했다.

팔로알토의 거짓말에
겁먹고 입닫은 업햄은
죽을 준비가 됐어. 마치
187 때의 바스코
아버지가 평생 말하신 것대로.
차라리 무덤 속의 아들이 되어
두 눈을 감어

비겁한 숨보다는 무덤 속의 아들
아버지가 가르쳐 주신 대로
무덤 속의 아들
난 차라리 비겁한 숨보다는
무덤 속의 아들
아버지가 가르쳐 주신 대로
무덤 속의 아들

업햄은 죽고 난 무덤 속의 아들.

독니를 품고 있는
뱀들은 살의를 숨겨
사랑이라 속여온 것.
당신의 입은
무엇을 죽일지 고를
필요도 없겠지
우리의 반댓말은 다른 이가
아니라 관종이니.

난 받아들여.
내 영의 소릴 듣고
적 앞에선 날을 숨길 수 없는
칼의 본분으로
더욱더 섬뜩해져.
살얼음판 위의 눈처럼
무시하며 밟고선
넌 차갑게 숨이 멎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