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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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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난 순결하자
마음먹었던 때부터
지켜오는 약속이란 건.
한낱 조급한 마음과
금세 식어버릴
체온만을 데우려
또 다른 36.5도의
주윌 도는 것관 달라.

석양 같아. 붉어진 둘의 뺨은
서로의 알몸을 본
그 한 쌍은 막상
습관이 된 증오들을
그 사랑들의 마지막
추억으로 가져가
약속이라도 한듯한

그들은 그 끝에
닳아져 닮아간대
몸을 섞은 남녀가
아무 사이도 아닌 채로

다시 같은 테이블에 앉네

술에 지치면 오늘
또 서로를 안겠지

놀라지 않았음 해.
이건 내 친구들의 삶
내게 외롭지 않은척할 때
난 침묵을 택하지 않고
어젯밤 섞었단 그 몸을
궁금한척해
순결이 당당하지 못해
얼굴을 가렸어. 미안

나의 순결. 이게
나의 순정이 됐지.
우리 순결. 이게
하나의 순정이 되길

애매하지 순결과
래퍼란 단어의 거리는
딱 '사랑이 없는'과
'섹스'라는 말의 거리쯤 돼

그만큼 멀단 얘길 하려 했는데,

당연해진 것이 됐어.
사랑 없는 섹스는

관계의 결실이란 말로
잠자릴 아껴둔 남녀
그쯤 아닐까? 내가
바라는 너와 나를
말하는 시선.
의심이나 무시로
너와 내 약속은 그 한마디에
발가벗겨지곤 해

쟤넨 이해 못 해. 란
말로 도망쳐왔어
내겐 이렇게 무거운 게
걔들에겐 가벼운
거란 걸 알고 나니.
난 또 그게 아니꼬와서
깨끗함과 더러움이란
말을 떠올린다.

이 자리에 몇 명과
잤던 여자를

창녀라 말하는
술자리에서, 다 떠난 척

그 여자도 지금 너와
똑같이 말할 거라면서
친구의 약함으로
내 약함을 가려.

나의 순결. 이게
나의 순정이 됐지.
우리 순결. 이게
하나의 순정이 되길

승아야 부탁이 있어 우리
손가락질 말자.
물론 너는 그렇지 않지만
난 아직 나약하잖아.
내 옆자리에 서줘.
내 옆자리에 서서
눈 쌓였던 거리, 그때처럼
팔짱을 껴줘

모두가 지키지 못한 걸
우린 지켜내도
그들보다 강하려는
내 생각을 밀어내 줘.
내가 네 삶의 유일한
예외란 것처럼
예외로 나마
우리만은 순결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