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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NAbyss

심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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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뜬 건지 감은 건지도
분명치 않은
성긴 응어리 같은 것들이
잔뜩 엉킨 암흑
흠뻑 진한 물감을 흩뿌려 칠한 듯
어둡던 시간 틈으로
스며든 건 긴 한숨
붕 뜬 현실과 꿈의 균열
불거진 간극 사이엔
끝없이 날 붙들어 매는
두려운 집착뿐
무거운 짐짝 끌고 지나
수렁 비탈 구덩이
거듭 걸린 발 끝내 결국
무너질 나의 무덤 위

이 심암의 끝은 어디
잘라낸 물음표 밑에
우두커니 남았던 그루터기

종이 울리네 몹시 불길해
떨리는 신체 요동치는
심폐가 소리를 칠 때
거미줄 친 뇌로 닥쳐 덮치는 피폐
또 억지 부리겠지
그저 버틸 뿐인데
머리를 기대
들이켜 공기를 깊게
무수했던 질문 뒤에
답을 얻기는 실패
깨진 정신을 지배하는
번민을 피해
쫓고 쫓기는 길에
잔뜩 묻혀있는 지뢰
고삐 풀린 채 무너지는 시체
누에고치는 이제 숨어야겠어
이불 밑에

탁한 뇌리에 박힌 깔때기로
밤새 들이치는
공상의 시커먼 장대비
방파젠 이미 한계치
아래위로 넘쳐
달팽이처럼 더딘 사고의
일부는 곧 익사했지

삶에 낀 안개 깊이 찌른 한 개비
갈색빛의 가래침 뱉어
입안에 찌든 담뱃진
잘게 찢겨나간 백지 속에 찾네
긴 절망의 미궁 안에
쥘 움큼의 타래실

Amnesia
또 걸쭉한 얼룩 위를 절뚝
결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