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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화 (暳花)

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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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상자 속 평범한 하루
역시 다름없이 아무 일이 없어
너무 별일이 없어도 좀 싫지
이젠 좀 별일이 생겼으면 해

지구는 둥글고
사계절은 마법이
아니란 걸 알지만

여전히 난 상자 속에
살고 있는 그런 기분
어릴 적 두려움이
묘한 기다림이 되어
"자 가자 네가 몰랐던
세상으로"라고
날 꺼내준다면
내일이 달라질까

평범한 상자 속 평범한 하루
역시 다름없이 아무 일이 없어
언젠가 문득 두드린 세상은
작은 틈 하나 없어 지루해

지구는 둥글고
사계절은 마법이
아니란 걸 알지만

여전히 난 상자 속에
살고 있는 그런 기분
어릴 적 두려움이
묘한 기다림이 되어
"자 가자 네가 몰랐던
세상으로"라고
날 꺼내준다면
내일이 달라질까

어릴 때엔 모든 게 너무 커서
여긴 거인의 상자라고 믿었지
언젠가 나를 상자 밖으로
던지진 않을까
겁이 많았던 꼬마는
어느새 상자가 좁은 어른이

기다리고 있어
네가 누군지도 모른 채
어릴 적 두려움이
묘한 기다림이 되어
"자 가자 네가 몰랐던
세상으로"라고
날 꺼내준다면
내일이 달라질까

여전히 난 상자 속에 살고 있는
그런 기분
오늘과 전혀 다른 날이
내일이라면
좀 더 자라면 조금 더
손 뻗으면
여길 나갈 수 있을까
그런 날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