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 정보

일팔

중랑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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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아무런 생각 없이 가로등 드리워진
중랑교를 가고 싶을 때가 있지.
휴대폰 재생목록 13번, 호주머니 손 넣고
입김 불어가며 바라보는 노을.

오늘이면 벌써 스물하고도 다섯 번째야.
난 대체 뭐가 그리 싫은지 모르겠는데.
날 애타게 부르는 목소리들,
저기 지평선을
날아가는 새들 속에 들려온 것 같아.
난 다시 슬퍼져.

이대로 밤이 오지 않았으면.
돌아가지 않고 머물 수 있도록.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채로
그저 흘러 보내는 이 순간이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면
결국 사라져간다고 알게 되고,
나는 발걸음을 집으로 돌려.

오늘도 저기 창문 너머로 사람들의 담소
들려오는 자인주택 303호.
중랑교 까진 걸어서 10분. 찬바람 불어도
갈 수 밖에 없는 나의 오후.

오늘이면 벌써 스물하고도 여섯 번째야.
동사무소 쪽 하늘을 바라보면
붉은 하늘 한 가운데로
회색 구름이 피어오르고 있어.
난 다시 슬퍼져.

이대로 밤이 오지 않았으면.
돌아가지 않고 머물 수 있도록.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채로
그저 흘러 보내는 이 순간이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면
결국 사라져간다고 알게 되고,
나는 발걸음을 집으로 돌려.

오늘이면 벌써 스물하고도 일곱 번째.

이대로 밤이 오지 않았으면.
돌아가지 않고 머물 수 있도록.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채로
그저 흘러 보내는 이 순간이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면
결국 사라져간다고 알게 되고,
나는 발걸음을 집으로 돌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