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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한 돈 얘기

새신 (Prod. by Yo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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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1)
반지하 습기 가득히 찬 허름한 바닥 위
한껏 시끌벅적한 다섯 식구 작은 집
제각기 다른 모양, 색, 또 신발 크기
어렴풋이 남은 기억 이젠 까마득히

하루 일과의 끝, 엄마가 밥을 지을쯤
주책맞은 내 맨발은 또 현관을 기웃
다들 기다린 발자국의 소리가 멈춰설 때
들어오는 아빠의 가죽이 닳은 신

눈꼽 뗄 시간도 없이 차려지는 정신
분주히 준비하는 소음에 도가 튼 굿모닝
멀어지는 엄마의 또각 구두 소리에
몸을 일으키지 매일 똑같은 걸음이

하나 둘 집을 나서는 발소리들
딴 애들처럼 뭘 신을까 망설이는
고민 없이 내 손은 신발장에 들어가
관양시장에서 산 7000원짜리 운동화

hook)
*
새신을 신고 뛰어보자 폴짝
새신을 신고 뛰어가지 혼자

v2)
어느덧 실내화에서 삼선 슬리퍼로
빨리 체육시간에 공을 차고 싶었고
종치자마자 갈아신은 내 신발을 보고
껄렁한 친구가 뭔 메이커냐 말을 걸어

모르긴 몰라도 알건 알 듯했지 난
한쪽 입꼬리만 올라간
웃음과 닮은 저 신발
철없이 뛰노는 애들 틈에
내 초라한 걸음을 들키지
않게끔 바삐 뛴듯해

그덕인지 계주에 뽑혔지 나는
흙먼지 날리는 운동장 위 새 런닝화들
신호가 울리고 쫓기듯이 달려 냅다
주책맞게 뛰고나니 피가 나던 맨발

무거운 발걸음으로 돌아왔던 그 날
뭐가 부끄러웠는지 흘렸지 눈물을
처음으로 졸라 겨우 산 메이커 덩크화에
애써 걸음 맞추던 엄마의 닳은 구두

hook *)

v3)
아빠의 로퍼가 안전화로 바뀔즈음
친구 놈들에게 빌려 신던 신발
구두 대신 엄마가
운동화를 신고 다니실즈음
친한 형들한테 물려받던 신발

누나의 첫구두가 또각소릴 냈을 때
중고장터에서 뒤적이던 신발
군화를 신고 형이
첫 휴가를 나왔을 때쯤 돼서야
제 돈 주고 살 수 있던 새신발

머리 더 큰 나는 지금
그때의 덩크화를 신고
여기 명품관들이
넘치는 곳에 발을 디뎌
주저 없이 카드를 쥐고서
긁은 수많은 bill로
산 신발을 본 그 녀석들의
거품 같은 미소

그 땔 떠올려보니 눈에 어른거리는
초라한 내 걸음 거리가
제대로 펴졌지 팔자
으시대는 날 보고 친구가 말했지
'뭘 신든간 부끄러운 길은 걷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