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 정보

밭

비정규직 (Feat. James Ke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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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나의 땅은 말라 있어
덩굴로 가려보려 해도
그걸 가릴 수 없어
오 우린 낙원을 잃어버려서일까
나태하고 나약하고 부정하지 서롤 속이며

반도의 흔한 랩퍼들과는 다른
앨범도 만들고 돈다발로 통화하는 셀카를
찍어 날러 유통해 음원사이트 & SNS

해시태그엔 성공한 랩퍼들의
유명한 클리셰
영어를 몰라도
'#I CAME FROM THE BOTTOM'
힙합 하면 내 목소리가 들리게
오늘도 꿈꿔 대중가수의 삶을

잠깐 이 가사를 완성하기 전에
오후 두 시에 출근한 90 WAVE
잠이 덜 깬 채로 평소 내 자격지심을 매료
시킨 랩퍼의 새로운 노래가 나온 걸 확인해
그렇게 또 이 좁아터진 땅에
랩 잘하는 새끼들은 즐비해 경각심에

정리하는 옷걸이를 다 부러뜨려
그러다 중간에 손님 들어오면
억지웃음 지어
퇴근하기 전까지는 마음을 다스려
유튜브를 키고
시간 때우다 배고프면 배달시키고
매장 안 울려 퍼지는 BGM에 야망을 삼켜
금강산도 식후경

오 나의 땅은 말라 있어
덩굴로 가려보려 해도
그걸 가릴 수 없어
오 우린 낙원을 잃어버려서일까
나태하고 나약하고 부정하지 서롤 속이며

퇴근하기 한 시간 남짓
예전에 한 번 인사했던 뮤지션의 쇼핑
리스트엔 콸라 형의 옷장도 탐이 났었는지
이곳저곳 둘러보고 옷을 골라 입어
아.. 칼퇴를 위해 미리 정리해놓은 건데
결국에 또 할 일이 늘었구먼 덕분에

그래도 손님이니 티 내지 말고 인사를 나눠
자기가 콸라 친구라며 지인 DC를 슬쩍 묻네
날 까먹은듯해서 기억하기 힘든 내 랩 네임
다시 들은 그의 표정은 꽤나 어색해
무심코 내 근황 묻길 아직도 랩 해?
어! 저번 주에 신곡 발표한 나도 OSA

기분 엿 같게 퇴근하고 피로와
분노로 두 어깨는 수평 상태
악에 받친 자세는 열심히
작업하기 전에 위닝 일레븐
먼저 가사 대신 조이스틱을 잡네
두 시간쯤 즐긴 후에 귀가해
다시 자세 고치고 작업하려 할 때
아들 걱정에 잠 설친 엄마 전화에

익숙한 거짓말로 바쁜척해
급히 끊을 때 같이 끊긴 영감 탓에
자극이란 핑계 삼아 잘나가는
음악 하나 듣고 시작할까 하니 해가 떴네
오후 알바 위해 누울 자릴 펼 때
어제 봤던 데자뷔가 딱 들어맞네
오늘도 내일로 미루고
아무 대가 없이 성공 좇는
내 존재는 나태

오 나의 땅은 말라 있어
덩굴로 가려보려 해도
그걸 가릴 수 없어
오 우린 낙원을 잃어버려서일까
나태하고 나약하고 부정하지 서롤 속이며
스스롤 속여가며 스스롤 속여가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