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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기

소나기 (소중한 나의 병영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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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 벗어나려고 해봐도 집요하게
나를 따라다니던 그런 날.
억울해 헛웃음만이 새지만 어쩔 수 없다며
대충 맺음 짓던 그런 날이 있었네.

몇 날 며칠 셀 수도 없을 만큼,
밤낮 없이 언제나 그래왔듯 비가 내렸어.
날씨마저 날 다그쳤었는데.
사정없이 얼굴 위로 쏟은 빗방울도

이젠 그쳤네, 어느샌가.
아직까지 약간은 덜 갠 하늘과
여전히 흠뻑 젖은 신발에 돌아보면
하, 시원섭섭한 웃음만.

몇 날 며칠 셀 수도 없을 만큼
밤낮 없이 차라리 지겨울 만큼 휘몰아쳤네
날씨마저 날 괴롭혔었는데.
사정없이 두 뺨을 할퀴던 찬 바람도

이젠 그쳤네, 어느샌가.
아직까지 약간은 덜 갠 하늘과
여전히 흠뻑 젖은 신발에 돌아보면,
지금이라도 내게 퍼붓는 모든
성난 말들이 뒤쫓아오지는 않을까 싶었지만,
고요한 공기 속 희미한 볕엔
나의 발자국만이 들쑥날쑥 찍혀 있네.
하, 시원섭섭한 웃음만이 남았네.
그 얼룩진 시간들이 다 씻겨 나간
하늘과는 다르게 흠뻑 젖은 신발에 돌아보면
하, 시원섭섭한 웃음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