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 정보

음주남녀 (EAT, SOJU, MAN, WOMAN)

너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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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전혀 먹지 못했지
다 끓인 라면을 먹으려는 찰나
너에게 전화가 오면 모든것이 멈춰버렸지
면이 불어 터질 때까지 전화기를 붙잡고
행여 연락이 끊길까 젓가락에는
손도 대지 못했지

무슨말을 해야할지 모르겠지만
별시덥지않은 이야기로 가득찬 통화내내
수줍은 웃음소리 숨소리만 기억나고
배고픔도 미각도 사라진채로

불어터져 식어버린 라면만이 남아도
그땐 그래도 그때는 보는 내내 통화 내내
알았던 내내 그땐 그래도 정말 행복했다네

너라면 모든것이 행복했지
너라면 그럴꺼라 생각했지
너라면 슬픔마저 사라졌지
너한테 나는 과연 뭐 였을까?

너라면 너라면 너라면 너라면
나라면 나라면 나라면 나라면

목이 메어와 눈물이 흘러도 사랑이 지나가면
어느 지나간 날에 오늘이 아닌
어제가 기억날까?

나는 점점 라면을 먹을수 있었네
시간이 흐를수록 맛은 계속 좋아졌네
우리의 대화가 느슨해질수록 면의 탄력은
살아났고 마음이 식어갈수록
목으로 넘어오는 국물은 따뜻해졌다네
결국 전화기를 던져둔 채
온전히 라면만 먹을 수 있게 되었고
그후로 우리는 끝이 났네

너라면 모든것이 행복했지
너라면 그럴꺼라 생각했지
너라면 슬픔마저 사라졌지
너한테 나는 과연 뭐 였을까?

너라면 너라면 너라면 너라면
(냉면처럼 여름에 다가왔던 니가)
나라면 나라면 나라면 나라면
(추운겨울 라면국물 눈처럼 녹아)

비참하지만 결국 우리의 연애는
겨우 라면보다 중요했다
점점 라면만도 못한 사이가 되어갔다
나는 그게 너무 시시하고 슬펐다
시시해서 슬펐는지 시시하지만 슬펐는진
잘 모르겠다
그저 화장실로 가 오래 전 그랬던 것처럼
시시한 것들을 변기에 쏟아 붓고

슬프게 물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