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 정보

자화상

동생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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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나 혼자서 이런 걸 자문했지
왜 이런 쓸데없는 작업들을 하는 거지
돈 명예 인기 뭘 얻기 위한 건지
이런 거 해서 대체 남는 게 뭔지
근데 딱히 내세울 이유 같은 게 없더라구 뭐
이유 갖다 붙이면 다 억지 아닌가
단지 유일하게 질리지 않았던 게
이게 처음이야 난 스스로 답 내렸어
이게 다 뭐라고 맺은 인연 많더라구
대학생활 결혼까지 앨범을 들춰보니
어느새 난 청춘에 반 아니 인생에
한 4, 5할을 늬들과 함께했어
우리가 쓸고 다닌 거리에서의 밤
늦게까지 질리지 않아 뱉어댔던 랩과 라임
손발 오그라들게 찍어댄 사진들 봐
이젠 SNS가 추억 팔이를 하나 봐
예전부터 했던 게 장난 같은 녹음인데
아직도 그 목소리 그 속에서 살고 있네
그래 이건 어찌면 우리만에 기록일까
그때 그 감정들을 목소리로 썼으니까
간만에 청주가도 뭐 얼굴 보긴 힘들구나
잘 살고 있으면 됐지 뭐 바랄 거 있어
연락 좀 자주하고 술 한잔하자
걔네랑 같이 봐 형이 곧 내려갈 테니까

우리가 만났었던 청주라는 작은 도시에서
다시 만날 수 있게 오늘을 살아줘
음악을 관두는 건 크게 상관없지 근데
힙합은 태도잖니 그걸 잃지 말아 줘

낄끼빠빠 신조어 못 알아들었다고
뒷방에 늙은이 아재 소릴 다 들었다
이제 그런 건 뭐 아무렇지 않아
억지를 쓰는 게 다 나다운 게 아니니까
그때는 알았을까 Keep it underground
Keep it real 외친 진짜배기의 삶
언젠가 마주쳤던 원썬 형이 해줬던 말
"야 MC는 글쟁이야 그걸 잊지 마라"
시대를 노래했던 밥 말리와 같이
노래에 시를 썼던 밥 딜런과 같이
명예와 상관없이 마이크를 잡는 거지
그런 마음가짐으로 이 길을 걷는 거지
언제까지 걸음이 계속될지 모르지만
걷는 동안 한 번쯤 멈춰 서서 돌아보길
내가 찍은 발자국이 어디쯤 가고 있나
그냥 막 가다가는 넘어질지 모르니깐
우린 반은 직장인 월급 노예 베짱이
어느새 절반은 또 가장이자 아버지
먹고살기 힘들어도 마음만은 놓지 말자
명색이 힙합 하는데 좀 멋이 없잖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