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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집

작은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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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집에서 우린 더 가까이
작은 침대 위에 우린 나란히
작은 문
RED SUN RED SUN RED SUN

잊고 싶은 기억이 많아서
도망치다시피 떠밀려 와 여기에
둘 자리가 없네 미련 없이 버릴래
훌훌 털어버리고
다시 채워가면 돼

손때가 타면 언젠간 또 정이 가겠지
모난 구석들도 다 익숙해지겠지
쉽게 데워지고 또 쉽게 식어버리는 집
작은 소리에 더 예민해져 이 밤을 설치지

치유받고 싶어 여기에
웃을 일이 더 많아지길
기나긴 겨울이 춥지 않길
아프지 않길

작은 집에서 우린 더 가까이
작은 침대 위에 우린 나란히
작은 문
RED SUN RED SUN RED SUN

우리 꼰님이에게는 여기가 마지막 집이겠지
꼰님이 나이가 열일곱 살이니
우리 꼰님이를 위해 침대 프레임을 없애고
낮은 계단으로 사뿐히 내려오렴
며칠 새 눈동자가 더 하얘진 거 같아
너의 눈엔 이제 천국이 보이나 봐
언젠가 그곳에서 우리 다시 만나면
꼬리를 흔들고 마중 나와줄래

작은 집에서 우린 더 가까이
작은 침대 위에 우린 나란히
작은 문
RED SUN RED SUN RED SUN

더 바란다는 건 욕심일까
이미 나는 너를 가졌으니까
작은집
지는 해를 함께 바라보며
날 어루만져 주는 널
바라볼 자신이 없어
고개를 떨군 채 말이 없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