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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ano Shoegazer [Sisyphus Happy]

스페셜

피아노 슈게이저, 첫 정규 앨범 [Sisyphus Happy] MV & 아트워크 비하인드 인터뷰

INTRO앨범 [Sisyphus Happy] 소개 및 ‘구원’ 뮤직비디오 소개

피아노 슈게이저의 첫 번째 앨범 [Sisyphus Happy]는 신화 속의 시지프스처럼, 부조리한 상황 속에서 희망이나 구원을 발견하기 불가능할지라도 삶을 살아내는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삶이 고통으로 가득 차 있을지라도 정면으로 마주하는 삶의 태도에 관한 앨범이죠. 앨범의 커버아트와 컨셉 포토에선 이러한 태도를 비유적으로 풀어냅니다. 시지프스의 고통을 상징하는 바위와 함께 휴대폰 화면을 보고 있는 피아노 슈게이저의 모습을 담고 있죠. 또한 앨범의 네 번째 트랙 ‘구원’의 뮤직비디오는 이러한 태도와 공명하는 기이하고 기괴하고 또 불가능해 보이는 이미지들을 담고 있습니다.

 

피아노 슈게이저의 ‘행복’을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아티스트들이 함께 힘을 합쳐 아트워크와 뮤직비디오를 제작했습니다. 이들이 누군지, 어떻게 [Sisyphus Happy]를 중심으로 모이게 되었는지, 작업의 과정은 어땠는지 인터뷰를 통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INTERVIEW‘구원’ MV & 아트워크 제작진 인터뷰

#1 ‘구원’ MV & 아트워크 제작진 소개

 

손승희 (이하 ‘손’) : mimos 혹은 손승희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현대 음악 공연 기획을 하다 현재는 시와 가사를 쓰고 그림을 그리고 영상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황휘 (이하 ‘휘’) : HWI라는 이름으로 노래하는 목소리와 컴퓨터를 도구 삼아 음악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번엔 사진을 찍고 커버 이미지를 만들었습니다. 영상도 만들고 있습니다. 오디오-비주얼 프로덕션 ‘업체eobchae’의 일원입니다.

 

박민희 (이하 ‘박’) : 저는 공연예술가 박민희라고 합니다. 셀프 프로듀싱 음악가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2 ‘구원’ MV & 아트워크 제작진 인터뷰

 

Q1. 피아노 슈게이저와의 인연이 어떻게 시작됐고 어떻게 앨범 작업에 참여하게 됐나요?


: 공무원 준비를 하다가 삼수를 할 때쯤에 잠시 휴식 기간이 생겨 2019년에 만들던 영상의 보충 장면을 위해 아크릴화를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청사진도 취미로 만들고 있었고요. 이러한 그림과 청사진들을 개인 계정에 업로드 하고 있었는데 피아노 슈게이저님이 ‘재게시'를 해주셨고 저도 피아노 슈게이저님의 작업에 관심이 생겼어요. 트위터를 통해 알게 된 시 수업에 함께 참여하게 되었고 그때 본격적으로 뮤직비디오 제작에 대한 제안을 받게 되었습니다.

 

표준우 (이하 ‘표’) : 저는 피아노 슈게이저님의 팬이자 제자이며, 어느 날에는 콜라보레이터, 다른 날에는 인터넷 밈을 보내는 사이입니다.

 

: 올해 초부터 반년가량 피슈 님께 재즈 피아노 과외를 받았는데 레슨 중에 덜컥 섭외 당했습니다.

 

: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트위터 친구가 되어있었습니다. 대화를 나누는 친구까지는 아니었고, 서로의 트윗에 하트를 누르고 서로의 일상을 목격하는 정도의 친구였어요. 그러다 지난해에 레슨 글을 올린 것을 보았고 믹싱 수업을 받고자 연락을 해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시간이 없어 수업을 몇 번 못 받아 결국 수업료를 환불받게 되었어요. 아니, 요즘 같은 세상에 누가 해를 넘긴 수업료를 환불해 주나요? 피아노 슈게이저의 천사 같은 마음에 혹시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돕겠다고 했고, 이렇게 한 부분 맡아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Q2. 뮤직비디오의 기묘하고 독특한 그림들은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나요?


: 피아노 슈게이저 님은 작업을 할 때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많이 해주시는 편이고 그 얘기를 들을 때 떠오르는 이미지들이 있었어요. 하지만 선형적인 내러티브는 배제하려고 했습니다. 매일 그림 작업을 할 땐 꾼 꿈을 아침에 일어나 그대로 그리는 작업이었어요. 그물을 만들되 완전하게 느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친구가 낙서를 그리면 그 옆에 끄적이고 싶어지는 것처럼, 성긴 그물을 생각했어요.

사실 그림을 배운 적이 없고, 작년 9월부터 매일 두 장 정도 그림을 그렸는데 이번 작업의 경우에는 쉬는 날을 제외하고 매일 수십장씩 그리다 보니 저절로 실력이 늘게 되더라고요. 초반 그림과 이후 그림들 그리고 그림들 사이에도 담긴 실력과 감정의 차이가 있었고 그게 거슬리기도 했는데, 후반 편집 과정에서 그러한 갭을 다이내믹으로 활용했습니다.

 

Q3. 승희 님께서 직접 한 프레임씩 그림을 모두 그리셨다고 들었는데 작업 과정에 대해 더 설명을 해주신다면요?


: 지금은 곡이 믹싱과 마스터링을 거쳐서 달라졌지만, 초기에 얘기를 나눴던 건 4분 30초 (270초) 가량의 음원에 1/16 박자에 맞춰 4,320장 정도의 사진이 나오게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8월 15일쯤 시작했고 마감을 10월 15일로 잡았어요. 하루에 50장씩 그리면 3천 장쯤 그리지 않을까 싶었는데, 현실은 그보다 한참 부족하게 지금 세어보니 1,158장을 그렸네요. 미안 피슈!

사실 애니메이션 제작보다는 영상 편집 기간 2주가 더 길고 고되게 느껴졌어요. 작년에 파이널컷을 독학했고 이번이 두 번째로 제작하는 영상이어서 그런지 처음보단 조금 더 수월했지만, 훌륭한 음악에 따라가려고 몇 번이고 뒤집어엎었고 애썼습니다. 영상 후반부에 사진의 위치가 바뀌면서 화면의 색상이 파랗게 전환되는 것은 심지어 마감 하루 전에 수정했어요.

Q4. 뮤직비디오의 사진들은 표준우 작가님의 [hosanger?]라는 제목의 사진 작업인데요. 기존의 사진 작업을 뮤직비디오 소스로 제공하게 된 동기가 무엇인지, 구원이라는 곡과 어떠한 연결고리를 느꼈는지 궁금합니다.


: 언제든 주변 환경과 상황을 기반으로 매체를 가리지 않고 작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 저에게는 아모르 파티 (amor fati)의 한 형태입니다. 노르웨이의 림보에 빠진 외곽 (suburban) 풍경 사이에서 보낸 시간에 느낀 잔잔한 수면 밑에서부터 올라온 감정을 작품으로 남기자 했습니다. 너무나도 이국적인 환경에서 산책을 하며 다가온 시간이 멈춘 기괴한 아름다움을 속도 있고 눈이 아프게 밝은 이미지로 나열하게 (juxtapose) 되었습니다. 매일 반복되는 인생의 부조리를 행복하게 받아들이는 시지프스를 떠올리며 “구원”되는 곡의 주제가 끊임없이 반복되는 타인의 일상의 이미지와 잘 맞는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어쩌면 바위를 굴려올리고 다시 반대편 골짜기로 떨어지는 상황을 지켜보는 하루 일과를 끝내고 돌아오는 시지스프는 영상 속 눈앞에서 순간만에 증발해버린 집 중 하나로 돌아가는 게 아닐까 망상해 봅니다.

Q5. 바위와 함께 휴대폰 화면을 보고 있는 커버아트가 재미있습니다. 이러한 이미지가 만들어진 과정이 궁금합니다.


: 현재의 앨범 커버는 피아노 슈게이저 님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습니다. 미팅 때 피아노 슈게이저 님께서 ‘바위와 화해한 시지프스 (피아노 슈게이저)’의 이미지를 앨범 커버로 만들고 싶다며, 바위와 피아노 슈게이저가 마주앉아 조용히 차를 마시는 장면을 떠올렸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하지만 저는 바위와 피아노 슈게이저의 관계가 충분한 공간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을 정도의 거리 설정 같은 건 불가능한, 서로 다른 존재로 구별될 수 없는 혼잡한 관계일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바위는 피아노 슈게이저의 삶을 의미하니까요.

 

차 마시기보다 더 내밀한 상황을 설정하려고 아이디어를 내다보니, 귀가 후 늦은 밤 소파에 앉아 바위와 머리를 맞대고 휴대폰으로 영상을 보는 피아노 슈게이저의 모습을 떠올렸습니다. 저는 핸드폰을 통해 유튜브를 시청하고 있으면 혼자 있어도 왠지 창피한 기분이 드는데요, 그 기분을 떠올리며 남에게 들키긴 싫지만, 영상은 계속 보고 싶은, 소심한 배덕감이 감도는 순간을 담아보고 싶었어요. 게다가 그 배덕감을 공유하는 게 바위라니? 이건 어떻게 봐도 화해는 물론 창피한 모습까지 공유하는 아주 내밀한 사이라고 추측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그래서 피아노 슈게이저와 바위는 무슨 영상을 그리 골똘히 보고 있는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피지컬 앨범을 구매하시면 정답을 알 수 있습니다.

 

Q6. 박민희 님이 커버아트와 컨셉 사진의 스타일링을 맡아주셨는데, 스타일링을 진행하면서 가장 중점적으로 둔 부분은 무엇인가요?


: 전문 스타일리스트가 아닌, 그저 지인으로서 일을 도운 것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피아노 슈게이저의 마음을 잘 읽고 원하는 것을 찾아주는 것을 목적으로 했습니다. 피아노 슈게이저는 이 앨범에서 자신의 삶을 인류로서 표현하는 것으로 느껴졌어요. 그래서 의상에서 조금은 젠더리스한 느낌을 주고자 했습니다. 그리고 곁에 있는 돌에게 좀 더 생명력을 줄 수 있는 의상을 준비해 봤습니다.

 

Q7. 마지막으로 [Sisyphus Happy] 작업에 참여하게 된 소감 혹은 소회를 듣고 싶습니다.


손 : 개인 작업과 육아를 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혼자라는 기분이 들 때가 많은데, 이번 작업을 통해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음을 느껴 좋았습니다.

 

표 : 피아노 슈게이저 님의 오래도록 기다린 앨범에 조금이라도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에 감사합니다.

 

휘 : 2023년의 중요한 앨범에 참여하게 되어 기쁩니다.

 

박 : 아주 오랜만에 대가 없는 마음으로 친구의 작업에 참여해 산뜻한 기분입니다. 두고두고 들을 수 있는 좋은 음악과, 재밌는 작업자들이 한가득인 작업 현장에 초대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Q8. 손승희 작가가 전하는 뮤직비디오 감상 포인트


: 로르샤흐 테스트를 해본 적이 있으실까요? 뮤비를 보는 분들이 맴도는 사진들 사이로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실 수 있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장면들을 성긴 그물처럼 짜놨는데 그물코 사이에 들어와 보셨으면 좋겠고 그 경험이 자신의 마음에 알맞은 형태가 아니고 꼭 유쾌하지만은 않더라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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