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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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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이 된 ‘현대음악’ 아르놀트 쇤베르크의 음악 세계

클래식 공감‘고전’이 된 ‘현대음악’ 아르놀트 쇤베르크의 음악 세계

올해 2024년은 작곡가 아르놀트 쇤베르크의 탄생 150주년을 맞이하는 해입니다. 쇤베르크라고 한다면 사람들의 반응은 두 가지로 나뉠 겁니다. “쇤베르크가 누구야?”라며 생소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쇤베르크는 좀…”이라며 은근한 거부감을 드러내는 사람들도 있죠. 물론 쇤베르크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없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베토벤이나 브람스, 드뷔시 등 서양음악사에서 이름이 알려진 다른 작곡가들과 비교한다면 쇤베르크의 인기는 아주 소박하죠.

‘음악감상’의 측면으로 접근했을 때 분명 쇤베르크는 쉽게 접근하기 힘든 작곡가입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음악을 들을 때 기대하는 아름다운 멜로디와 화음 등을 쇤베르크의 음악에서 찾기란 좀처럼 쉽지 않죠. 무슨 말이냐고요? 바흐의 ‘프랑스 모음곡’과 쇤베르크의 ‘피아노 모음곡’ 중 ‘지그’를 비교해서 들어보세요. 경쾌한 춤곡인 지그의 특징을 잘 녹여낸 바흐의 음악과 비교한다면 쇤베르크는 놀랍도록 불협화음이 가득합니다. 춤곡이라는 것이 무색하게 이런 음악에 맞춰 춤을 출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죠.

이처럼 쇤베르크의 음악은 어지간한 클래식 애호가가 아니라면 낯선 작곡가이며 쇤베르크를 안다고 하더라도 그의 음악은 쉽게 귀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하지만 서양음악사에서 쇤베르크는 앞서 언급한 베토벤과 브람스, 드뷔시만큼이나 중요한 작곡가로 평가를 받고 있죠. 이처럼 쇤베르크가 중요한 작곡가로 평가받고 오늘날까지 기억되는 것은 도대체 왜일까요? 이렇게나 듣기 쉽지 않은 음악을 만들어낸 사람인데 말이죠.

이것은 여러 가지 이유를 생각해 볼 수 있지만, 무엇보다 쇤베르크가 혁신을 통해 새로운 시대를 연 사람이라는 점이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쇤베르크는 기존의 서양음악에서 핵심적인 가치로 여기던 조성 개념, 다시 말해 장조나 단조로 음악이 만들어진다는 ‘당연한 사실’을 탈피하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옥타브 안의 12음을 균일하게 사용하여 조성적인 느낌을 의도적으로 제거하는 이른바 ‘12음렬’을 고안해 냈죠. 미술에 비유하자면 피카소가 전통적인 회화의 형식을 파괴하고 해체하여 자신만의 독특한 화풍을 만들어 낸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쇤베르크라고 처음부터 이러한 음악을 했던 것은 아닙니다. 오스트리아 출신인 쇤베르크는 후기 낭만주의의 한복판을 살았고 말러를 특히 존경했죠. 그래서일까요? 쇤베르크의 초기작에는 후기 낭만주의 경향이 짙게 느껴집니다. 독일 시인 리하르트 데멜의 시 ‘정화된 밤’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한 동명의 현악 앙상블 작품은 시의 내용을 표제적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시와 함께 이 곡을 듣는다면 머리 속에서 시 속의 여러 묘사가 그림처럼 펼쳐지죠.

‘달에 홀린 피에로’ 초연 당시의 모습

하지만 쇤베르크는 1910년대에 접어들며 새로운 음악에 대한 갈망으로 점차 자신만의 길을 찾아갑니다. 여기에는 19세기에서 20세기로 넘어가는 세기말, 세기초의 시대적 분위기도 크게 작용했죠. ‘무조성’ 혹은 ‘비조성’에 대해 고민을 거듭했고 점차 조성감을 느끼기 힘든 작품들을 내놓기 시작했습니다. 쇤베르크의 음악 중 가장 대중적(?)이라고 할 수 있는 ‘달에 홀린 피에로’도 이 무렵에 등장한 작품입니다.

음렬 작곡법을 정립한 쇤베르크

이후 쇤베르크의 12음렬은 더욱 체계적이고 논리적인 음악으로 거듭났으며 음악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죠. 베베른, 베르크와 같이 쇤베르크와 뜻을 함께하는 후배 작곡가들이 있었고, 그들 외에도 전세계의 수많은 작곡가들이 쇤베르크에게 영향을 받아 다양한 음악을 만들어냈습니다. 물론 쇤베르크의 논리와 철학에 대한 비판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쇤베르크를 비판적으로 보는 작곡가, 음악학자들도 그가 20세기 음악의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한 인물이라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습니다. 

에곤 실레가 그린 쇤베르크

유대인이었던 쇤베르크는 나치의 탄압을 피해 미국으로 이주했고 평생을 살았습니다. 그래서 그의 음악에는 전쟁의 영향도 1948년에 초연된 ‘바르샤바의 생존자’는 2차 세계대전에서 폴란드 바르샤바를 중심으로 벌어진 나치의 잔혹한 유대인 탄압을 그리고 있죠. 보통이라면 난해하게만 느껴지는 쇤베르크의 ‘12음렬’은 이 곡에서 오히려 빛을 발하며 당시의 비극적인 상황을 처절하게 묘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