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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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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들의 뿌리를 따라서, 임윤찬의 첫 스튜디오 앨범 [쇼팽: 에튀드]

클래식 공감전설들의 뿌리를 따라서, 임윤찬의 첫 스튜디오 앨범 [쇼팽: 에튀드]

2022년 세계적 권위의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역대 최연소 우승을 차지한 임윤찬. 한국을 넘어 전세계적인 이슈가 된 이 압도적 우승으로 인해 “산 속에 들어가 피아노만 치며 살고 싶다”던 한 청년의 인생은 크게 달라졌습니다. 임윤찬에게 전세계에서 수많은 연주 러브콜이 쏟아졌으며, 그가 음악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읽었다는 단테의 <신곡>은 판매량이 동기 대비 3배 가까이 폭증하기도 했습니다. 그야말로 신드롬이라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상황인 것이죠.

2년의 시간이 흐른 2024년. 임윤찬은 여전히 클래식계의 가장 뜨거운 화제의 인물 중 한 명입니다. 전세계의 수많은 유명 오케스트라, 지휘자들이 임윤찬과 협연을 하고 있고 팬들은 그가 언제 어떤 곡을 연주하는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죠. 임윤찬의 연주 영상이 올라오는 유튜브 댓글에는 신앙 고백과도 같은 찬사가 쏟아집니다. 농담 섞어 이야기하자면, 산 속에서 피아노만 치고 싶다던 임윤찬의 바람은 그의 천부적인 재능으로 인해 이미 물거품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리고 2024년 4월, 드디어 많은 팬들이 기다리던 임윤찬의 첫 번째 스튜디오 정규앨범이 발매되었습니다. 지난 20203년 10월, 세계적인 클래식 레이블인 데카(DECCA)와 전속계약을 맺은 뒤 약 6개월만의 일이죠. 음반이라는 것이 음악가의 포트폴리오와도 같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이번 앨범은 향후 음악가로서 수십 년의 활동을 이어갈 임윤찬의 본격적인 첫 발걸음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또한 ‘콩쿠르에서 우승한 뛰어난 유망주’에서 ‘프로페셔널 음악가’로의 전환이기도 하죠.

임윤찬이 첫 번째 스튜디오 정규앨범으로 선택한 레퍼토리는 다름 아닌 쇼팽의 ‘에튀드’입니다. 쇼팽의 에튀드는 오늘날 모든 피아니스트에게 필수적인 작품이죠. 또한, 반 클라이번 콩쿠르를 통해 리스트와 라흐마니노프 연주로 깊은 인상을 줬던 임윤찬이 또다른 피아노의 명인인 쇼팽의 작품을 본격적으로 연주한다는 점에서도 애호가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는 앨범입니다.

사실 무미건조하게 생각하면 에튀드는 말 그대로 ‘연습곡’입니다. 일반적으로 연습곡이란 정말로 연습을 위한 곡입니다. 다시 말해 피아니스트에게 필수적인 테크닉과 힘을 기르기 위한 일종의 기본기 훈련과 같은 작품인 것이죠. 하지만 탁월한 피아노 음악 작곡가였던 쇼팽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자신의 에튀드를 단순한 연습용 음악 그 이상으로 만들고자 했죠. 덕분에 오늘날 쇼팽의 에튀드는 테크닉과 예술성을 동시에 갖춘 최고의 음악으로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임윤찬에게 쇼팽 에튀드는 더욱 특별한 존재입니다. 임윤찬은 알프레드 코르토(Alfred Cortot), 이그나츠 프리드만(Ignaz Friedman), 요제프 레빈(Joseph Lhevinne), 마크 함부르크(Mark Hambourg), 그리고 세르지오 피오렌티노(Sergio Fiorentino) 등 전설적인 거장들을 떠올렸습니다. 그리고는 “내게 거대한 우주 같은 피아니스트들이 쇼팽 에튀드를 연주해 왔다. 어릴 때부터 이들처럼 근본 있는 음악가가 되고 싶었다. 그렇기에 그 뿌리를 따라가고 싶은 마음으로 쇼팽 에튀드를 선택하게 됐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다시 말해, 임윤찬의 이번 앨범은 전설적인 거장들에 대한 존경의 표시이자, 그들의 뿌리를 따라가고자 하는 젊은 피아니스트의 겸손함이기도 한 것이죠.

임윤찬은 이번 앨범을 통해 작품번호 10번과 25번으로 분류된 24개의 에튀드 전곡을 연주하고 있습니다. 100여년 전 거장들의 에튀드를 음원을 수없이 들으며 성장한 2004년생의 피아니스트는 이 위대한 작품에 거장들에 대한 존경심을 더했습니다. 그리고 21세기를 살아가는 자신만의 색깔을 입혀 소중한 결과물을 만들어냈죠. 과거로부터 음악의 길을 찾고 미래를 향해가는 젊은 피아니스트 임윤찬. 그의 현재와 앞으로 펼쳐질 미래가 궁금하시다면 이 앨범을 절대 놓치지 마세요.

ALBUM[Chopin : Études, Opp. 10 &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