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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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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가 있어 외롭지 않아 – 국제 재즈의 날을 맞이하여 듣는 재즈

클래식 공감너가 있어 외롭지 않아 – 국제 재즈의 날을 맞이하여 듣는 재즈

음악 장르를 구분하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지만 이해는 합니다. 각자의 장르가 가지고 있는, 대체되지 않는 매력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겠지요. 클래식 음악이 만들어낼 수 없는 감정을 팝은 만들어낼 수 있고, 또 그 반대의 경우도 얼마든지 가능하지요. 그래서 저는 재즈라는 장르를 소중히 생각합니다. 일과를 마치고 빌딩숲을 지나 한적한 밤 골목을 걷다가 만나게 되는 오래된 가게 같은 느낌. 오래전부터 재즈는 저에게 그런 이미지로 남아 있습니다. 물론 여러분이 재즈를 좋아하는 이유는 저와는 조금 다르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지난 2011년, 유네스코는 4월 30일을 국제 재즈의 날로 선정해 재즈라는 장르를 한 번 더 생각하게 했습니다. 이날을 재즈의 날로 지정한 단체가 유네스코라는 점이 다소 의아하긴 하지만 로컬 단체도 아닌 국제기관에서 지정한 기념일이라는 사실에 무언가 마음이 더 쓰인다고 해야 할까요? 그래서 이들이 왜 재즈의 날이라는 것을 지정했는지를 알아보았습니다.

유네스코의 정의에 따르면 재즈는 평화와 화합, 그리고 대화의 음악입니다. 여기에 우리 사회가 지니고 있는 여러 가치를 포용할 수 있는 계기를 재즈가 만들 수 있다고 이 기구는 언급하고 있습니다. 생각해보니 주체할 수 없는 강렬한 열기로 세상의 에너지를 녹여내는 힘이 재즈에는 있었던 거 같습니다. 그럼에도 ‘아무래도 좋다’고 해야 할까요? 저로서는 재즈를 한번 더 생각할 수 있어 그저 좋을 뿐입니다. 마침 이번 국제 재즈의 날을 맞이하여 오는 5월 3일, 한정판 컬러 바이닐이 발매되는 앨범이 있다고 합니다. 오늘은 그중에서 다섯 장을 골라 소개해 드립니다.

#1996년에 있었던 일

만약 재즈에 전성기라는 것이 있었다면, 사람들은 그 시기를 1960년대로 기억할 것입니다. 1950년대부터 확실하게 불타오르기 시작해 창작력의 폭발이라는 것이 있었던 순간을 지난 이후, 재즈는 조금 많이 외로운 길을 되었죠.

팻 메시니와 찰리 헤이든

그런 점에서 지금 소개해 드리는 세 장의 앨범이 모두 1996년에 녹음되었다는 사실은 꽤 흥미롭습니다. 모두가 재즈라는 장르를 잊었을지도 모르는, 그런 시기에 발매된 앨범이니까요. 이 중에서 먼저 소개해드릴 앨범은 미주리주 출신의 팻 메시니, 그리고 아이오와주 출신인 베이시스트 찰리 헤이든이 함께한 <Beyond the Missouri Sky>입니다. 아무렇지도 않게 다가와 속절없이 스며드는 <Our Spanish Love Song> 같은 곡과 마지막 트랙 <Spiritual>에 이르기까지. 팻 메시니와 찰리 헤이든 듀오는 간과하고 지나가기 쉬운 중부 미국의 풍경을 여유로운 사운드에 담아 들려주고 있습니다.

케니 배런

그다음으로 소개할 앨범은 <Night And The City>입니다. 앞서 소개된 앨범에 이어 또다시 등장하는 찰리 헤이든과 피아니스트 케니 배런 듀오. 뉴욕 브로드웨이에 위치한 재즈클럽인 ‘이리듐’에서의 지난 1996년 9월 실황을 담은 이 앨범에는 둘만 있어 외롭고, 또 둘이 있어 따스하다고 느끼게 해주는 음악이 담겨 있습니다. ‘밤과 도시’ 그것도 뉴욕이라는 도시에서 흐르는, 세상의 모든 고독을 아름다움으로 움켜쥔 듯한 연주. 놓치지 마셨으면 좋겠습니다.

왼쪽부터 알 디 메올라, 파코 데 루치아, 존 맥러플린

1996 트리오의 마지막을 장식할 앨범은 <Guitar Trio>입니다. 파코 데 루치아, 알 디 메올라, 그리고 존 맥러플린이라는, 비현실적인 조합이 모여 만들어내는 압도적인 기타 사운드. 중심 트랙이라 할 수 있는 <Manha De Carnaval>과 열정이 모래바람처럼 흩날리는 듯한 <Beyond The Mirage> 같은 트랙이 관록과 열정, 그리고 음악 본연의 아름다움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디즈니가 허락한 재즈 - <Jazz Loves Disney>

디즈니가 허락한 재즈 - <Jazz Loves Disney>

자사 컨텐츠 관리에 그 어느 기업보다 열정적이면서 까다롭다는 평가를 받는 디즈니. <Jazz Loves Disney> 시리즈는 그런 디즈니가 허락한 공인된 재즈 앨범입니다. 먼저 2016년에 발매된 <Jazz Loves Disney>에 참여한 아티스트의 면면을 확인해 보실까요? 제이미 컬럼, 스테이시 켄트, 그레고리 포터, 멜로디 가르도 같은 재즈계의 스타들이 노래하는 디즈니라니. ‘행복은 이미 확정’이라는 느낌이죠.

이듬해 발매된 <Jazz Loves Disney 2 – A Kind Of Magic>에서도 디즈니의 즐거움을 한껏 느낄 수 있는 재즈를 만날 수 있습니다. 봄처럼 살랑이는 보사노바로 듣는 <Beauty And The Beast>와 축구팬들에게 잘 알려진, 프랑스 국가대표팀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활동했던 에릭 칸토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Be Our Guest>, 그리고 커리어 초기의 제이콥 콜리어가 들려주는, 무슨 일인지 모르게 라이온 킹 느낌이 나는 <Under the Sea>같은 음악들을 들으며 문득 든 생각이 있습니다. 여기 담긴 음악들이 가장 잘 어울리는 계절, 바로 지금이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