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정보

ランプ幻想 (램프환상)

ランプ幻想 (램프환상)

공유하기

Lamp

앨범유형
정규앨범 , 팝 / J-POP
발매일
2010.02.24
앨범소개

1년 반의 제작 기간에 걸쳐 만들어진 팝의 엣센스.


70's 팝/브라질리안 사운드, 그리고 일본 유수의 고전 팝 밴드들의 영향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램프(Lamp)의 네 번째 앨범 [ランプ幻想'램프환상']


79년생 동갑내기인 기타의 '소메야 타이요'와 보컬과 아코디언, 플루트의 '사카키바라 카오리', 그들보다 한 살 어린 보컬과 베이스의 '나가이 유스케'에 의해 2000년 2월에 결성된 Lamp 의 네 번째 앨범ランプ幻想(램프 환상)이 국내에 정식 발매되었다.앨범의 첫 트랙인 [덧없는 봄의 1막]의 얘기로 시작하면… 음악을 한다는 것, 좋은 앨범을 만드는 것. 이것을 빼면 딱히 이렇다 할 삶의 의욕이 없어 보이는 듯한 Lamp의 세 사람에게 있어 봄의 이미지란 이런 것일까 싶을 정도로 죽을 듯이 나른하다.


떠밀리듯이 시작되는 아코디언의 도입부에 이어 담담히 끼어드는 께느른한 멜로디...꽤 달콤하다. 하지만 곡이 끝날 때까지 두 번 다시 반복되지 않는다. 보컬이 됐든 악기가 됐든 이 곡의 어떤 멜로디도 반복되지 않는다. 따라서 버스(verse)도 후렴(chorus)도 브릿지(bridge)도 없다. 놀랍지 않은가. A파트가 끝나면 B파트, C파트, D파트가 저마다 다른 진행으로 이어진다. 아니 어디서부터가 무슨 파트인지의 경계도 모호하다.


그렇다면 기승전결은 있는가? 텐션이 높아지는 부분은 있다 하지만 그 직후에 바로 오프 템포(off tempo)로 풀어진다. 그렇다고 해서 안티 클라이막스도 아니다. 따라 부르라고 채근하는 훅도, 귀를 환기시켜줄 리드미컬한 섹션도 없다. 그렇다면 이 노래는 원 코드 싸이키델릭 넘버인가? 오히려 그 반대다. 흡사 아무렇게나 줏어든 나무토막을 쥐고 수십 명의 적 앞에 질끈 눈을 동여맨 검객처럼, 팝 밴드로서의 자신들이 가질 수 있는 무기를 다 버린 이들이 들려주는 것은 그 어느 때보다도 현란한 코드의 향연이다.


이 음반이 이들의 예전 음악에 비해 확 귀에 꽂히는 맛이 덜한 것도 사실이다. 미니홈피나 블로그에 걸기 좋은 낱곡들도 딱히 눈에 띄지 않는다. 어쩌면 예전 앨범들만큼 폭넓은 사랑을 받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앨범을 들으며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그 옛날의 어떤 기억이 떠올라 흠뻑 그리워할 수 있다. 그 기억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는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굳이 남에게 표현할 가치가 없을 정도로 개인적인 기억이기도 하다.하지만 이 앨범을 손에 든 당신에게도 분명 그런 기억들이 있을 터이다.


나처럼 꿈꾸고 깨고 다시 그 깨어진 꿈을 꾸고, 붙잡았다 놓쳐버리곤 그 난 데로 다시 헛손질을 해 보며 수십 년을 살아왔다면 말이다. 별 것 아니지만, 정말 별 것 아니지만 이 세상에 당신 밖에는 그 누구도 알지 못하는 소중하고 벅차고 애틋하고 감미로운 기억들이 꽃잎처럼 흩날리고 빛과 그림자가 한데 어울려 쏟아지는 아래 그리운 향기가 코를 알싸하게 메워오는 경험을 이 앨범이 선사해 줄 수도 있다. 단, 조건이 있다. "꼭 혼자서 차분히, 그리고 여러 차례 들어보셨으면 합니다." (사카키바라 카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