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의 눈

허각 2015.03.16 460
어느새 그 차가웠던
긴 겨울에 하얀 눈도 
스르륵 봄바람에 
다 녹아내려요
다시 또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으려나요
눈부신 따스한 봄날엔

그토록 욕해대고 
할퀴어대던 두 사람이
나였는지 그녀였는지 
조차 잊어버린 듯
그 겨울 그 겨울이 
그때 우리가 참 그리워
미운데 미운데 그리워

큰맘 먹고 살짝 
열어본 내 창가에
눈부신 봄날 햇살 아래로
차디찬 눈이 내려요
작은 내 방에 
내 텅 빈 가슴에
그 아팠던 상처가 
또다시 덧나려는 듯
이른 봄날에 눈이 내려요

주르륵 흘러내린 
내 눈물마저도 차네요
내게도 봄날이 올까요

누군갈 또다시 
사랑하고 싶어서
미친 듯 거리를 걸어봐도
차디찬 눈이 내려요
내 두 눈가에 
이 못난 가슴에
그 아팠던 상처가 
또다시 덧나려는 듯
이른 봄날에 눈이 내려요
하얗게 추억들이 내려요

주르륵 흘러내린 
내 눈물마저 차가운데
내게도 봄날이 올까요
따스한 봄날이 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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