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녀 (With 김성준)

아날로그 소년 2018.03.16 26
난 나의 바다에서 훨훨 날았지
우아하게 깊은숨을 꾹 참았지
내 작은 망사리에 삶을 담았지
일렁이는 파도 안의 
비행은 아름다웠지 예
저 높은 바닷속에서
저 높은 바닷속에서
저 높은 바닷속에서
난 나의 바닷속 해녀

난 바다에서 날 키웠네
그곳이 고향이며 삶이었네
가끔씩 야속하고 
또 미워했지만
바닷속의 용왕님께 
나의 안녕을 빌었네
나이 든 육신이 
조금은 서러워도
육지의 그 중력을 
이겨내기에는 좀 버거워도
허리 무릎 관절 점점 
삐그덕이 되어도
저기 내 고향인 바다에 
풍덩 뛰어들면 돼요
내 고무 옷은 선녀의 
비단옷보다 더
나의 물갈퀴는 
은빛 지느러미보다 더
가볍고 힘찼네 
얼굴의 물안경은
광각 렌즈보다 
넓은 것을 담았어
육지보다 저 바닷속이 
더 자유로운 건 왜일까?
내일은 전복을 잡고 싶은데 
파도는 더 거셀까?
내가 참아왔던 숨의 대가는 
우리 가족의 밥상이 될까?
두통을 얻었고
 제값에 팔았으니 되었다

난 나의 바다에서 훨훨 날았지
우아하게 깊은숨을 꾹 참았지
내 작은 망사리에 삶을 담았지
일렁이는 파도 안의 
비행은 아름다웠지 예
저 높은 바닷속에서
저 높은 바닷속에서
저 높은 바닷속에서
난 나의 바닷속 해녀

육지에 사는 일은
하지만 하루아침이 
지날 때마다 
매일 작아지는 기분
불편한 몸이 깎여 
나가버리고 사라지는 기분
그렇기에 자라나는지도 몰라 
나의 아가미와 비늘
이제 바닷속에서 숨 쉬어 
해방이 됐어 난 기어코
당신들의 그 모든 걸 
똑같이 만지고 느껴
똑같이 보고 듣고 
내 굽은 허리마저도 일으켜
여기서는 필요 없는 목발
안내견과 휠체어
너의 뜨거운 입술은 
눈으로 들었고
너의 간지런 속삭임은 
두 귀로 보았어
침묵의 언어는 
손으로 말할 거야
난 너에게 헤엄쳐 
두 팔로 달려갈 거야
오늘도 나의 바다에서 
한 뼘 만큼 더 들어가서
그토록 잡고 싶었던 
전복을 한가득 끌어왔어
내가 참은 숨의 대가는 
가족의 밥상으로 돌아왔어
비늘 위로 깃털이 돋아났어

난 나의 바다에서 훨훨 날았지
우아하게 깊은숨을 꾹 참았지
내 작은 망사리에 삶을 담았지
일렁이는 파도 안의 
비행은 아름다웠지 예
저 높은 바닷속에서
저 높은 바닷속에서
저 높은 바닷속에서
난 나의 바닷속 해녀
난 나의 바다에서 훨훨 날았지
우아하게 깊은숨을 꾹 참았지
내 작은 망사리에 삶을 담았지
일렁이는 파도 안의 
비행은 아름다웠지 예
저 높은 바닷속에서
저 높은 바닷속에서
저 높은 바닷속에서
난 나의 바닷속 해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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