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

여동생 2022.11.14 108
가끔 난 날 빨래해서 널어놓고 싶어
축 처져서 햇빛을 받고 있노라면

폭신한 호텔 이불은 아니더라도
그 순간만은 주변의 햇빛을 다 머금고
그 무엇보다 내가 가장 따뜻할 거야
그리고 날 안을 거야 

뭔가 한가득 흘린 마음을 문지르고
텅 비어버린 눈에는 온기를 담고서
모든 걱정을 깨끗한 물에 헹궈
쭉쭉 짜버리면 좋을 텐데

난 그냥 다 잊어버릴 거야
그게 좋았건 아니었건 상관없이
기억을 빨래할 수는 없으니까
그냥 생각만

뭔가 미운 냄새가 나던 기억 속의
눅눅해진 내 하루를 햇빛에 말리고
잔뜩 뭉쳐버린 먼지 같은 마음을 
툭툭 털어버리면 좋겠어

난 그냥 다 잊어버릴 거야
그게 못됐건 아니었건 상관없이
기억을 빨래할 수는 없으니까
그냥

오늘만 다 잊어버릴 거야
내일의 나는 뭐든 할 수 있을 거야
하루만 딱 하루만이라도 좋으니까
이불이 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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