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동관 2023.08.18 10
우리 자주 갔던 회전초밥집 앞에서
문득 생각해봤어 사실 회 싫어했는데

너가 쌓던 접시들과
니 웃음을 보는게 좋아서
그냥 말 안 했어
빈 접시만 내 자리에 옮기고

너랑 자주 걷던
너네 집 골목 틈새에서
너가 피던 담배 연기도
사실 난 싫어했는데
뿌연 연기가 다 사라지고
이젠 옆에 없는 너 대신
내가 물고 있는 담배
이젠 향을 느끼네
 
계속 돌고 있는 초밥집 레일 앞에
앉아 쌓여가는 접시들
이젠 나도 날것 향을 느끼네

너가 없는 이 도시에서
내게 투정 부렸던 것들
다 혼자 하고 있어

우리 자주 봤던 옛날 영화를 돌려보다
문득 생각해봤어 사실 난 지루했는데

영화 속의 주인공과
하나도 다른 게 없어서
그냥 웃어봤어
너랑 참 좋았었는데 

필름처럼 상영되는 짧은 추억들
항상 함께였던 두 자리
이젠 혼자 앉아서

계속 다가오는 영화 속 결말들을
앉아 바라보는 내 모습
이젠 나도 끝이란 걸 느끼네

너가 없는 이 도시에서
내게 투정 부렸던 것들
다 혼자 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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