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 가을, 멍돌이 (Feat. 소섬 (SOSEOM))

015B 2023.09.11 60
1984년 가을
하얗고 작던 니가 왔지
날이 갈수록 너무
빨리도 자랐어

아빠가 집에 오는 소리
꼬릴 흔들며 뛰어가
앞에서 누워 배를 드러내 인사해

놀기를 좋아한 널 혼자 외롭게 두고
늘 집을 비워야 해서 니가 안쓰러워

아버지의 말씀 따라 마당이 있는 넓은 집
좋은 새 주인 곁으로  널 보낸 후에
니가 떠나간 그 자리 가슴이 뚫린 것 같아
잊고 놓고 간 장난감 만지고만 있었어

일 년쯤 지난 뒤였어
잘 지낸단 말 들었지
골목대장 노릇 하며 건강하다고

오랜만에 니 얼굴 보러
너의 새집을 찾는 길
골목 입구부터 들린
우렁찬 니 목소리

우리 멍돌이는 정말 잘 지내는구나
아직도 내 얼굴 기억하고는 있을까

날 경계하며 짖던 너 내가 니 이름 부르자
어리둥절한 표정 짖기를 멈추고
한참을 날 바라보더니 꼬리를 흔들며 반기네
다행이다 아직 날 기억하는구나

너무 좋으신 니 새 주인
차를 내오시고 많은 얘기
넌 배를 땅에 붙이고 내 옆을 떠나지 않았지

한참을 그렇게 머물다
다시 떠나야 할 시간
잘 있어 인사를 하고 널
떠나려는 데

당황한 니 표정 날 데리러 온 거 아녔어
왜 떠나 또 날 놔두고 어딜 가는 거야

그 집을 나서는 날 보며
너는 계속해 짖었지
왜 널 버리고 가냐고 또 떠나느냐고
미안해 미안해 멍돌아
내 뒤에서 그만 울렴
계속 뒤돌아 보지만 점점 멀어지는 너

잘 있어 잘 있어 멍돌아
나 다시 오지 않을게
골목길 빠져나온 순간
한없이 눈물만
끝없이 눈물만

너무 긴 시간이 흘러서
넌 이제 세상에 없겠지
하얗고 귀엽던 널 만난
84년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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