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

패닉 2009.09.11 674
집에 오는길은 때론 너무 길어 나는 더욱 더 지치곤 해 
문을 열자마자 잠이 들었다가 깨면 아무도 없어 
좁은 욕조속에 몸을 뉘었을때 작은 달팽이 한 마리가 
내게로 다가와 작은 목소리로 속삭여줬어 

언젠가 먼 훗날에 저 넓고 거칠은 세상 끝 바다로 갈거라고 
아무도 못봤지만 기억속 어딘가 들리는 파도소리 따라서 
나는 영원히 갈래 

모두 어딘가로 차를 달리는 길 나는 모퉁이 가게에서 
담배 한개비와 녹는 아이스크림 들고 길로 나섰어 
해는 높이떠서 나를 찌르는데 작은 달팽이 한 마리가 
어느새 다가와 내게 인사하고 노랠 흥얼거렸어 

내 모든걸 바쳤지만 이젠 모두 푸른 연기처럼 
산산히 흩어지고 
내게 남아있는 작은 힘을 다해 마지막 꿈 속에서 
모두 잊게 모두 잊게 해 줄 바다를 건널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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