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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했어

제 3막 어른이 될 수 없다고 생각했어 (Feat. 도우진 & 김성진 & 권형구 & 김나영 & 박지원 & 윤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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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기도했어 모든 게 없어지길
정말로 바래왔어 모든 게 사라지길
그랬더니... 그렇게 됐어...
정말이지... 모든 게...

아무 기력 없이 매일 누워 지내던
엄마가 돌아가셨어...
그리고 아주 오랜만에 아빠를 만났어.
생활비만 보내 주던... 무책임한 어른을...
"잘... 지냈니?" "그럴리가요?"
"많이... 컸네..." "다 컸죠!"
"엄마를... 많이 닮았구나..."
"제일 싫어하는 말이거든요?"
"성격은... 나를 닮은 거 같고..."
"무책임한 성격이죠..."

"엄마를 그냥 내버려 뒀어요...
외로워서 빨리 돌아가신거죠..."
"차라리 잘 됐지 않아요?"
아빠는 더 이상 대화를 잇지 못했어.
나는 일부러 아주 못되게 굴었어.
그럴 수 있는 유일한 상대였으니까...
눈물이 차올랐지만 참을 수 있었어.
장례식을 마치고, 소원대로 난 혼자가 됐어.
그리고, 학교에 돌아가지 않기로 했어.

더 이상 학교에 가지 않아도 돼
누구도 나를 간섭하지 않아
나는 자유 이제는 비로소 참 자유
더 이상 집에 있지 않아도 돼
누구도 나를 필요로 하지 않아
나는 (자유) 자유 (자유)
이제는 비로소 참 자유
엄마가 떠난 것은 슬픔보단 해방이었어.
다른 애들과 달리,
내게 엄마는 없어도 그만인 존재였으니까...
이제, 나 혼자만의 새로운 세상이 주어졌어.
뭘 해볼까 설레었어.

여행을 가볼까 아주 멀리 가볼까
엄마 통장엔 얼마나 있을까
그러기엔 너무 부족한 돈인데
뭘 하면 좋을까 (일단 컴퓨터나
한 한 달 실컷 해보지 뭐... 그 담엔 뭘 하지?)
그 담엔 뭘 할까
(돈 떨어질 테니까 알바나 슬슬 하지 뭐...)

하루, 이틀. 어김없이 찾아오는
아침, 점심, 저녁. 반복되는 하루의 연속들
밥 해 먹고 치우고 빨래하고
생활은 어려울 게 없었어
늘 해왔던 일이었으니까 원래부터
내가 하던 일이었으니까
학교에 안 가니 너무 편했어
듣기 싫은 소리 안 들어도 되니까
컴퓨터로 이 곳 저 곳 여행할 계획을 세웠어

그리고 돈을 모으기 위해 알바를 시작했어.
알바는 할만 했어. 왜냐구?
잡생각이 들 틈이 없었거든.
하지만 무척 따분했고, 몸이 많이 힘들었어.
한 달이 지났어.
얼마 되지 않지만 태어나서
처음으로 돈을 벌었어.
하지만, 오히려 내 맘은
조금씩 더 답답해져 가기만 했어.
무의미한 매일이 쉬지 않고 반복되었고,
평범했던 모든 것들이 이상하게 생각됐어.
왜? 라는 질문이 쓸데없이 나를 괴롭혔어.

왜? 살아야 하나 (왜...)
왜? 먹어야 하나 (왜...)
왜? 입어야 하나 (왜...)
왜? 잠을 자야 하나 (왜...)
왜? 일어나야 하나 (왜? 일어나야 하나)
왜? 알바해야 하나 (왜? 알바해야 하나)
왜? 여행가야 하나 (왜? 여행가야 하나)
왜? 벗어나야 하나 (왜? 벗어나야 하나)

반복되는 질문의 끝에서 난, 답을 찾았어.
그건 바로 혼자가 됐기 때문이었어.
차라리 없는 게 나을 거라 생각했던
엄마가 고맙게도 없어져 줬는데...
내 삶이 송두리째 흔들렸어.
혼자서는 살 자신이 없어졌어.
어른이 될 수 없을 것 같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