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 정보

계몽

수성의 하루

공유하기
뭐든 할 수 있을 것만 같던
매일 밤 차오르는 마음은
아물지 못하는 어제를 끌어안고
썩어버린 채 말이 없네

작아진 발을 보고
한참을 망설이다
겨우 한 걸음을 떼자마자
숨이 좀 씨근거려

비뚤게 웃어보고
한참 몸서리치다
아무 대답도 없을 말들을
혼자서 주절거려

미끄러지기만 할 텐데 뭐할라고
아직 절반도 안 살았는데

커다란 하늘에 눈가가
시큰거려 만들어낸 다짐은
누군가 지어낸 말이었던 것 마냥
이젠 아무 쓸모가 없네

말을 걸어오든 문을 두드리든
목을 숨기고 모르는 체해
미지근해져도 닳아서 헤져도 좋아
무사히 끝낼 수만 있다면

들켜버릴까 숨만 죽이는
비겁한 하루를 바랐던가?

오래전 놓았던 자그마한
불씨가 어딘가를 태워도
좀처럼 나에겐 옮겨붙지를 않고
그림자만 길어지네

그렇게 매일을 이어가다
마침내 이 더러운 꿈을 깰 때
그때 누군가가 내게 다가와
나지막이 속삭일 거야

‘참으로 가여운 사람,
무엇 하나 삼킨 것이 없네’

그저 나 이렇게
숨만 쉬고 살아도
정말 괜찮은 걸까?

마치 한 걸음도
떼지 못한 것 마냥
언제나 이 자리에

무엇도 할 수 없을 것만 같아
허나 차오르는 마음들
아물지 못하는 오늘을 끌어안고
모든 것은 내일의 몫으로

그렇게 하루를 이어가다
어김없이 맞는 새벽의 한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