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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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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내린 차가운 비에
시달린 잎들은 지치고
입속에 팔랑거리던
녹색 잎도 이제 빛이 바래
시든 잎들이 가득한가 봐
입만 열면 바스러지는 소리
손끝까지 피가 닿지 않아
무엇도 잘 느껴지지 않네
마음 닿지 않는 곳에서 시들어가는
것들을 붙잡고 있는 것은 이젠 불가능
계절이 가는 걸 막을 수는 없어
그림자를 봐 이미 앙상해 아무것도
가릴 수가 없어
그래, 이런 생각 마음속에서나
무겁지 입 밖에선 아무것도 아니야
우스울 만큼 가벼워
금세 어디론가 날아가 버리지
계절이 지나 다시 내 의지와 상관없이
새잎이 돋으면
어쩔 수가 없다는 듯이 몸을 떨며
웃음을 터트려야지 한 번도
겨울을 겪지 않은 새처럼
계절이 다시 돌아온다는 것을
전혀 모르고 있는 것처럼
웃어야지
어느 날 문득 찬비가 내리고
어느 날 문득 해가 비치네
어느 날 문득 눈이 떨어지고
어느 날 문득 꽃이 날리네
어느 날 문득 바람이 불고
어느 날 문득 고요해지네
어느 날 문득 감으면
어느 날 문득 사라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