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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의 말

밤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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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조금씩 밤이 길어지고
날카로워진 공기에 새들은 멀리 날고
바람은 긴 잠을 준비하는 뱀처럼
벗은 발목을 스치고 바삐 지나가네
별빛 총총히 박힌 밤하늘은
검은 비단처럼 흘러내려 와
두 눈을 덮는다 이 별빛들이
눈꺼풀 속에 반짝거리는
환영이라 해도 나는 상관없어
보이지 않아도 춤추고 싶어
멀어지는 별빛이 깜박이는 밤
기울어지는 달빛이 흔들거리는 밤
쓰러지기 전에 일어나는 춤을 추는 밤
놓칠 듯 말 듯한
너의 손을 잡고 걸어가는 밤
별빛 총총히 박힌 밤하늘은
검은 비단처럼 흘러내려 와
입술을 덮는다. 밤이라고 말할 때
꼭 다물어지는 입에 갇힌 숨에
목이 메어 침을 꿀꺽 삼키고서
다시 밤, 밤이라 말하면
어둠 속에 하나둘
별빛이 여기저기 켜지고
희미하게 반짝거리는
빛에 기대 걸어도, 걸어도
끝나지 않는 길을
흔들거리면서 걸어가네
너와 함께 쓰러질 듯
일어서는 춤을 추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