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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 20X26 증명사진

Hidden Track 고3 (2014)- 새벽 세시 반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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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나 시간이 빨리 갈 줄이야 복도 위 들리던
발자국 소리, 지겨운 종소리도 얼마 안 있음 끝나겠지
내년이면 지겨운 학교 생활도 끝이라는데
마음 한켠이 조금 아쉽지
가만보면 나도 참 솔직하지 못했지

해가 뜨기 전 가방을 메고 엄마에게 짧은 인사
그렇게 하루를 시작해 귀에 이어폰 살짝 꽂고
버스에 타면 똑같은 옷을 입은 아이들이
졸리운 눈으로 인사를 건네
가벼운 기분으로 학교를 통하는 언덕을 지나다 보면
몇몇 아는 얼굴들이 보여
인사를 건넨 뒤 명찰을 달기 위해 고개를 굽혔다 펴
자리에 앉아 책을 꺼내고 생각해
고민해 봤지만 일단 수능에 순응하기로 해
뭐 별다른 답을 아직 못내
내년이면 조금이나마 벗을 풋내
내년이면 조금이나마 내 꿈에 가까워 질 수 있을까?

여느때처럼 도시는 어두운데 학교엔 불이 켜지네
책상에 앉아서 교실을 보면
피곤한지 하나둘씩 눈이 쳐지네
내년이면 또 다른 문을 열어야해 제대로 열 수 있을까
또 열고 잘 할 수 있을까 괜히 걱정이 돼

중학교 때 별 생각 없이 꿈꾸던 서울대에서
서울에 가는 걸로 조정 멀쩡히 뜬 두 눈을 18년도
넘게 지겹게 해온 대학 생각에 고정
고3 포기하고 고사(4)나 지내볼까?
같은 맘으론 고사 지내봐도 안돼
신은 노력하는 자에게 손을 들어 준대잖아
실수로 물 수능에 잠수 재수 삼수 하다 장수할까 겁나
나는 재수 없었으면 하는데 맘은 맘처럼 잘은 안돼
하루 이틀 사흘 흘러 곧 있음 백일
지났던 몇 번의 모의고사 바뀔 듯 했던
성적은 변함없지
시험지도 이런 내가 불쌍한지 눈물을 떨어뜨려
(시험지에 빗금 쳐진 게 시험지
눈물 같다고 생각했었나 보다)
그냥 웃어도 되는데 참
공부 말고는 별게 없던 중학교 시절
별게 생기면 별 볼일 없는 놈이 될까
걱정이 됐지
막상해보니 이것도 나름 좋아
비트부터 녹음까지 두시간
고삼이든 뭐든 일단 옛날처럼
미루지 않기로 결정했거든

여느 때처럼 도시는 어두운데 학교엔 불이 켜지네
책상에 앉아서 교실을 보면
피곤한지 하나둘씩 눈이 쳐지네
내년이면 또 다른 문을 열어야해 제대로 열 수 있을까
또 열고 잘 할 수 있을까 괜히 걱정이 돼

몇몇 선생님들은 가르침보단
가르키길 좋아하지
다르다는 말보다 틀렸다는 말을 하지
친구 놈한테 틀렸다는 말한 선생님한테
증명하기로 했어 우리가 맞는 다는 걸 (맞을 거란 걸 )
그래도 따뜻한 사람이 되길 가르치는 세계사 선생님
주절이 주절이 (주저리 주저리) 하시다가도
(주절 종속절 찾는 거 되게 강조하셨던 것 같다.)
웃게 하시는 영어 선생님
당당해지길 가르치는 국어 선생님
여기가 그래도 학교라는 걸 느끼게 하시지
잠깐 쉬려고 TV를 틀면 눈물 짓게 하는 소식만 나와
요즘엔 더욱 더 그래서 가끔은 슬픔에
무뎌지기도 해 그런 내가 너무 싫어
위로 올라가는 게 지겨워서 위로를 잘 못하나봐
원래 높은 사람들은 아래를 보기 무서워해서
그런 걸 잘 못하나봐
어릴 적 가장 간절히 꿨던 꿈
사랑하는 사람 만나 좋은 집 짓고
예쁜 아이 낳고 죽을 때 까지 행복하게 사는거
요즘은 제일 어려운 게 됐어
삼포 세대래 연애 결혼 출산
먼 꿈이 됐지 길이 막혔을 땐 뒤를 돌아봐야 해
가장 어릴 때 했던 것처럼 지금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꿈을 더 간절히 꿀래
노력으로 갚으면 되지 뭐
그럼 언젠가 엄마가 미소 띈 얼굴로
날 보며 안아주지 않을 까 옛날 그때처럼
밝게 웃어주지 않을까?
내년엔 못 갔던 여행도 다니고
연애는 뭐 할 수 있으면 하고
집 가는 길 달이 유난히 밝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