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센터 (Feat. 우효)

제리케이 (Jerry.K) 2016.03.14 37
매일 아침 투구를
쓰듯 쓰는 헤드셋
모니터 옆에 둔 작은
거울을 보며 맹세
오늘은 기 죽지 말자
누가 욱하게 해도
초보처럼 굴지 말자
졸업 하고 나서
누구도 별거 없는
여성일 뿐인 니
허전한 이력서
거들떠도 안 볼 때
받아준 콜센터
한살이라도 어릴 때
해야지 고생도
너네 엄마 땐 아마
너 같은 애들은
기숙사에 살며
공장에 다녔었대
그래도 이제는 그때만큼
신체적인 괴로움 때매
고생 안 해도 되니까
제자리에 앉아서
말만 하면 되는 걸 뭐
먼지 안 먹어도 월급도
꼭 꼭 통장에 꽂히니까
넌 니가 열심히만 하면
될 거라 생각했었어
근데 쉽지 않더라고
하루 종일 웃어야 하는 건
눈물이 많았던 너
별로 안 울게 됐고
표정이 많았던 너
그걸 다 까먹게 됐어

우리 기분은
아무도 묻질 않아
무시 당하는 건
그저 내 목소리만
들리기 때문일까
전화해 전화해
난 웃을 수 있어
전화해 전화해
난 웃을 수 있어

너에게도 있지 트라우마가
넌 자꾸 그때
그 상황 속으로 돌아가
아무 이유도 없이
욕을 먹었던 건 그냥 내가
못난 사람이기 때문일 거야
눈물인지 두통인지
흐릿하게 보이는
통화연결 버튼에
손가락을 얹고
분명히 뭔가 열이 받아서
이곳에 전활 건 사람의
머릿속을 훤히
들여다 보는 머나먼 길을
최단시간에 달려 내야 해
진짜 문제가 뭔질
꼭 밝혀 내야 하고
그걸 풀 열쇠가 뭔지
발견해야 해
억지도 참고 넘기도록
날 단련해야 해
사랑하지 않는 고객님께
사랑한다 말하고
미안하지 않은
분들께도 사과하면
수화기 너머의 사람은 속지
하지만 너 자신도
속이긴 어렵지
넌 한동안 못 감췄던
목소리의 떨림을
감추려 가슴 어딘가의
전원을 껐지
엄마들은 공장에서
기침을 했고
너흰 이유도 없이
자꾸만 침울해져

우리 기분은
아무도 묻질 않아
무시 당하는 건
그저 내 목소리만
들리기 때문일까
전화해 전화해
난 웃을 수 있어
전화해 전화해
난 웃을 수 있어
전화해 언제든지
난 웃을 수 있어
전화해 니가 화를 내도
난 웃을 수 있어

잘못을 대신 사과하는 전문가
매를 대신 맞는
직업 같은 건가?
날 때린 사람들이
매겨놓은 만족도가
낮춰놓고 있어
나의 삶의 만족도
우리 목소리가 이 회사의
얼굴이자 이미지라지만
우린 여기 소속도 아니지
하지만 확실히
여기가 아니라도
특별히 더 살만하진
않을 거란 건 알어
어딜 가든 그냥 웃어야겠지
누가 됐든 그냥 웃어야겠지
언제든 전화해
웃어줄 수 있어
누구든 전화해
누구보다 밝게
웃어줄 수 있어

우리 기분은
아무도 묻질 않아
무시 당하는 건
그저 내 목소리만
들리기 때문일까
전화해 전화해
난 웃을 수 있어
전화해 전화해
난 웃을 수 있어
전화해 언제든지
난 웃을 수 있어
전화해 니가 화를 내도
난 웃을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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