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장 다녀오는 길

파라솔 2017.07.06 20
오늘도 같은 잠바에
늘 입던 바지를 입고 
항상 같은 번호를 골라
혹시 하는 마음으로 
어제 앉았던 자리엔
다른 사람의 등이 보이고 
잠깐 고민하다가
다른 자리를 둘러보는데 

시작 총소리가 울리고
트랙을 빙빙 도는 경주마들 
어느새 경주는 끝나고
두 번 다시는 안 올 거라
다짐을 하네 

오늘도 같은 잠바에
늘 입던 바지를 입고 
혹시 하는 마음으로
다른 번호를 골라보네 
어젯밤 꿈에 나타난
털이 노란 돼지 세 마리 
왠지 들뜬 마음에
맨 앞자리로 걸어갔네 

3번 말이 비틀거리고
내 옆에 털썩
주저앉은 남자와 
신나게 소리를 지르며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남자도 
모두 집으로 돌아가면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마지막 식사를 하고서
한때 사랑한 사람들과
작별을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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