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아

최백호 2019.06.07 348
꽃이 지는 날에는 한 살이라도 
젊은 니가 울어라 
나는 낯선 동네 뒷골목 포장마차에 앉아 
소주나 한잔하며 놀란다 

봄이 간다고 누가 죽는 것도 아니고 
꽃 가득한 봄날에 떠나면 덜 외로울까 
잊혀지는 것들에 매달리지 마라 
돌아오지 못하는 게 사람뿐이랴 

꽃이 필 때도 울고, 꽃이 진다고 울고 
살아 있는 거보다 더 좋은 거 
세상에 어디 있더냐, 동생아 

꿈을 꾼다고 젊어지는 것도 아니고 
다시 돌아온다고 믿으면 덜 서러울까 
떨어지는 것들에 마음 쓰지 마라,
한바탕 잔치 같은 삶이었더라 

사랑한다고 울고, 이별한다고 울고 
살아 있는 거보다 더 좋은 거 
세상에 어디 있더냐, 동생아 

그날 그 꽃 피던 날 니가 
그렇게 꽃처럼 웃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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