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we meet again (Feat. 이성찬)

이진주 2019.06.11 38
수평의 세계에서 다시 만나는 너와 나

피아니스트 이진주의 음악은 대체로 수평에서 태어난다. 시간일 수도, 공간일 수도 있는 길고 긴 선 위에 누군가와 함께 걷고('Walk Together'), 때론 항해하며('Sailing'), 어딘가를 향해 출발하고('Departure'), 이따금 멈춰서서 길 위를 탐색하며('On the Road'), 무엇인가를 길로 치환하기도 한다('The Way You Are'). 그 길에도 끝이 있겠지만 끝은 다른 시작으로 이어지며('The End and the Beginning') 길고 긴 직선의 세계를 확장한다. 그러면서도 뒤를 돌아보며 추억하는('Remember') 것 또한 잊지 않는다.

좌에서 우로 뻗어가는 직선의 오선지 위에 음표를 나열한다는 점에서, 또 그것이 곧 족적이 된다는 점에서 음악은 길을 닮았다. 그 음악은 시간의 흐름 위에서만 실존한다. 길을 누리려면 조금씩이라도 전진해야 한다. 삶은 분초가 촘촘히 붙으며 형성된다. 그렇게 걷고, 또 살면서 다양한 톤의 경험을 짚고 가는 것. 삶은 어쩌면 아주 긴 음악을 겪는 일일지도 모른다.

이진주는 음악이 일종의 길이자 시간이며 삶의 짧고도 긴 자락이라는 걸 일찍 깨달은 사람처럼, 길에서 음악을
발견하며 영감을 얻는다. 그는 각자 직선과 곡선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들이 맞물리고 교차하며 멀어지는 순간, 또 길의 끝이 만든 새로운 출발선을 천천히 지켜보며 이를 음악 언어로 묘사해왔다.

이진주의 피아노로 재현되는 수평의 세계관에서 '만남'은 소실점 같은 운명이 된다. 'when we meet again'의 도입부 테마는 조심스럽지만 당혹스럽지는 않은, 운명을 아는 자의 의연한 발걸음처럼 조용히 담대하다. 그의 부름에 이끌리듯 베이스기타 또한 조심스럽게 피아노의 선을 따라 걷는다. 두 악기는 마치 조화로운 무용가들처럼 따라 움직이기도, 따로 움직이기도 하며 각자의 춤으로 하나의 춤을 완성한다. 피아노와 베이스의 듀오는 제목의 'We'를 형상화하며 이 재회가 아름답게 이어질 것이란 희망을 보인다.

다시 만나려면 적어도 한 번은 이별해야 한다. 잃어버렸거나 멀어진, 혹은 분리된 경험을 피차 나눠 가져야 한다. 아파하면서 각자 새로운 굴곡을 만들며 걸어가다 또다시 교차하는 순간이 올 수도 있다. 나눠 가진 흉터의 크기와 모양이 비슷할수록 서로를 금방 알아볼 것이다. 감추고 싶던 흉터가 아름다운 운명의 표식이 되는 순간, 둘은 서로가 얼마나 닮았는지 비로소 발견할 것이다. 모든 만남에는 저마다의 이야기가 있으니 재회에는 할 이야기가 더 많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진주는 결코 서두르지 않는다. 끝을 아는 자의 여유, 운명을 은총으로 받아들이는 자세를 지닌 이 노래는 우리에게 천천히, 아름답게 이야기를 건넨다. 우리는 지금 여기서 다시 만났다고. (글 장보영 작가)

Prodused by 이진주 
Composed by 이진주 
Piano 이진주
Bass 이성찬
Mixed & Mastered by 김지엽 at delight sound 
Photographed by 이현근
Designed by 이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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