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교 위에서 내려다볼 때

이호석 2020.03.05 43
네가 말한 멋진 곳이란 게 여기니?
아냐 나도 여기 좋아해

손에 든 그, 까만 비닐, 봉지는 뭐야?
그건 아니겠지 맥주는

우리 마치 견우직녀 같진 않냐고? 
우린 함께 올라왔잖아

우리 그럼 따로 한번 올라와 보자고?
우린 함께 내려가잖아.

열차가 지나갈 때 손을 흔들어 보자
사람들이 우리를 알아볼 수 있을까

나 하나쯤 없는 여긴 또 뭐가 다를까 
그건 의미조차 없을까

너와 내가 속한 곳이 여기가 맞을까
우린 있을 곳이 없는데
우리만 멈춰 서서 가지 못하는 걸까
저 많은 사람들의 틈에 끼지 못하고

열차가 지나갈 때 손을 흔들어 보자
사람들이 우리를 기억할 수 있을까
또 하나 늘었네 우리 함께 한 일이
점점 무거워지네

이러다가 육교가 무너지겠다고? 
그걸 농담이라고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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